출간이 빠를까 출산이 빠를까
소소하지 않은 소망 이야기
ISTJ 가 현재 나의 MBTI유형이다. J형이라 해도 먼 미래까지 계획하지는 못하고 주로 오늘내일 일과 혹은 일주일 후 부모님 방문 시 어느 식당을 갈지 무엇을 해먹을지 정도의 단기적인 목표만 생각하는 정도다. 그래서 인생 5년 후 10년 후 20년 후를 계획하는 것과 같은 장기적인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적이 없다. 그런 내게도 소소하지 않은 아니지 오히려 창대한 미래 목표가 생겼다. 그것이 바로 '출간'과 '출산'이다. 미미한 계획을 세우는 나에게 담대한 목표가 생겼다니!
N회차 '시험관'과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좌절을 맛본 경험은 이미 해보았고, 다행스럽게도 견딜만한 실패감이었다. 나는 '착상이 잘 되는 방법'을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검색했듯이 '브런치 작가 선정 기준'도 마찬가지로 검색해 보았고 '착상'은 잘 되지 않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까진 성공했다. 이제 착상을 위해 여러 현실적인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듯이 출간을 위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노력을 병행해 볼 생각이다.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방법과 방향은 대략 알겠는데 '언제까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지?' 우리는 보통 목표를 세울 때 시기를 덧붙이니까 말이다. 시험관이 그러하듯 출간 또한 '시기'는 목푯값에 넣지 않기로 혼자 결론을 내렸다.
이 모든 목표는 나의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니까. 언제나 그렇듯 계획대로 예상대로 기대한 바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았을 때가 너무 많으니 어느 정도는 대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마치 '이혼을 염두하고 결혼을 하는 것'과 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임신 성공에 있어서 '시험관을 재차 시도하다 다 포기했는데 덜커덕 자연임신이 되더라'는 카더라 통신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다. 마치 대대로 내려오는 속담처럼 다들 왜 자꾸만 '마음을 비우라'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걸까? 안 되니까 그런 것 같다. 잘 되지를 않으니까. 마음을 비우는 것이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고 개인적인 욕구를 넘어서라는 것인데, 자아를 갖고 태어난 인간에게 욕구와 욕심을 발판 삼아 살아가는 인간에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려놓은 척'은 가능해도 실제로 모두 '내려놓는다'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꾸지 않은 밭 잡초를 베듯이 우리 마음속 밭 욕심과 기대들을 자꾸만 돌아보고, 가꿔야 한다. 모든 것은 진리의 '사(람) 바(by)사(람)' 이기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인생이 끝난 것처럼 마음을 내려놓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보다는 비워내고 솎아내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결국 '마음을 비워내려는' 마음의 이면은 '임신'을 소망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기대'와 '요구'가 섞인 희망을 내려놓지 못한 욕구니까.
나보다 절실하지 않은 것 같은 사람에게 아기 천사가 찾아가고, 나보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 브런치 작가가 되어 있는 불공평한 현실을 우리는 매일 살아간다. 그러한 현실에서 우린 외로움을 맞서 살아내고 있다.
어떠한 욕심과 욕망을 품고 사는 삶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불행과 고통이 언제든지 뒤따를 수 있어서 헤아릴 길 없는 욕구 속에 헤매기보다는 가만히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왜 지금 이 순간 이번 일에 힘든 것인지를 알 수가 있고, 좌절스러움을 겪을 때마다 덜 힘들거나 더 빨리 괜찮아질 수가 있다.
출간이 빠를까 출산이 빠를까.
(모르지)
그렇지만 욕심내고 욕망하는 인생을 계속 살아가자. 한 인간으로 태어나 꿈꾸는 것은 빛나는 권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