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친절했던 파리에서의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달리, 독일 본(Bonn)에서의 호스트와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체크아웃 후에 짐을 맡아준다고 하여 고민 없이 예약했건만, 하루 전에 갑자기 짐을 못 맡아주게 되었으니 기차역 코인 락커를 이용하라 하지를 않나, 저녁 시간에 체크인해도 괜찮다고 하더니만 지금 막 도착해 저녁을 먹고 8시 반까지 가겠다고 하니, 본인은 8시까지밖에 못 기다린다고 해서 음식이 나오자마자 테이크아웃을 하고 헐레벌떡 뛰어오게 만들지를 않나, 무엇보다 느닷없이 다음날 아침 8시에 체크아웃을 해달라고 해서 폭발하고야 말았다. 원래 11시였던 체크아웃을 시간을 갑자기 3시간이나 앞당기는 법이 어딨냐고 항의하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이럴 거면 환불하겠다고 하니 내가 "not normal"하다며 10시로 그나마 2시간을 늦춰줬다. 그럼, 내가 보통내기가 아니거든.
새소리에 상쾌하게 잠에서 깨어 느지막이 아침을 해 먹고 썩 유쾌하지 않은 숙소를 나오자,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 따뜻한 햇살, 개와 함께 혹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어제 급하게 체크인하느라 그냥 지나쳤던 공원을 엄마와 느긋하게 거닐며 오래간만에 관광이 아닌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던 오전을 보내고, 이번 본 여행의 목적이었던 겹벚꽃 놀이를 했다. 이 풍성하게 흐드러진 겹벚꽃을 보기 위해 굳이 여행 동선을 꼬고 꼬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벚꽃구경이라는 딱 하나의 목적만 갖고 찾아온 곳이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 이 도시 자체가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이곳의 풍경도 사람들도 더없이 여유롭고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본(Bonn)의 겹벚꽃은 정말 예쁘다!
그렇게 여유롭게 1박 2일을 보내고 뉘른베르크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기차가 생각보다 많이 연착되어 뉘른베르크 숙소 체크인 시간을 못 맞출까 봐 불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급하게 캐리어를 낑낑대며 들고 기차에 오르는 순간 운동화 한 짝이 벗겨지고 말았다.
벗겨진 운동화 한 짝은 얄궂게도 기차와 승강장 사이 틈으로 쏙 떨어져 버렸다.
뒤 따라 오르던 외국인도 웃었고, 나도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고, 나보다 먼저 기차에 올라 이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자리에 앉아 계시던 엄마는 한쪽 운동화만 신고 걸어오는 나를 발견하고는 제일 크게 웃었다. (엄마는 스스로 찔렸는지 비웃은 건 아니라고 하셨으나, 비웃음도 10%는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웃은 주제에, 괜히 엄마에게 눈을 흘겨보았다.
"신발 아까운데 너무 웃는 거 아니야?"
"그럼, 왜 바보같이 신발을 잃어버렸냐고 뭐라고 하리? 그러면 너 더 속상하기만 할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