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3개국을 찍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벨기에 브뤼셀까지 Flixbus로 이동, 브뤼셀에서 독일 본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계획이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하루 만에 3개국을 가는 것이 가능한 유럽은 참 놀라운 대륙이 아닐 수 없다.
Flixbus를 타기 위해 약 일주일 간 머문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일찍 집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탄 파리의 지하철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상한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털썩 앉더니 코를 풀어 바닥에 묻히고 심지어는 담배를 피우는 풍경이 파리가 나에게 선사해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유럽 여기저기를 저렴한 값에 여행할 수 있는 Flixbus
벨기에로 달리는 버스 창 밖으로는 내내 푸른 초원과 노란 유채꽃밭, 그리고 새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비록 경유지로 잠깐 거쳐가는 브뤼셀이지만, 이왕 온 김에 벨기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홍합요리를 먹으려고 전날 밤부터 내내 검색을 해봤으나, 시내를 왕복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교통편을 예약할 당시에는 무조건 가장 저렴한 시간대만 찾았는데, 이로 인해 정작 여행에서 중요한 '여유'를 잃어버렸다. 시간이 돈보다 값지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비록 홍합요리는 포기했으나, 브뤼셀 현지인들처럼 그랑플리스 광장 바닥에 털썩 앉아 벨기에 와플을 먹기로 했다. 메뉴판에는 Advoc-로 시작하는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와플이 있었다. '와플에 아이스크림에 아보카도라니! 엄마가 아보카도를 좋아하시니까 이걸 먹어보자!' 하고 주문한 와플 아이스크림에서는 이상하게도 씁쓰름한 맛이 났다.
아보카도 와플에서 아보카도 맛이 안나는데...?
혹시 내가 생각한 그 아보카도가 아닌가? 구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가 주문한 와플은 고알코올의 술이 들어간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애드보카트 (Advocaat)
네덜란드 산의 달걀술이며 브랜디, 달걀노른자, 설탕을 섞어서 바닐라 향을 곁들인 약 18℃의 혼성주로서 대부분 스트레이트(Straight)로 마신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술은커녕 술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것 같다는 엄마에게 18도의 양주가 들어간 와플을 사드리다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벨기에 와플을 맛보겠다는 다짐은 실패했지만, 덕분에 대단한 점심식사를 한 것도 아니면서 어찌나 많이 웃었는지. 와플을 다 먹은 후 보러간 오줌싸개 소년 동상은 '유럽 3대 허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작고 허무해서 또 웃음이 나왔던.
다음에 벨기에에 오게 되면 홍합요리를 꼭 먹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독일 본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그곳에서는 오늘처럼 웃음만 가득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