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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힘

삶을 버티게 하는 사소한 것들.

by 볕뉘

햇살이 창문 틈을 따라 천천히 스며드는 아침.
부서진 빛이 먼지처럼 공기 속을 떠다니며 방 안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잠에서 막 깨어난 공기는 아직 꿈의 온기를 머금은 듯 고요하고, 그 속을 천천히 헤매는 빛은 마치 하루의 첫인사를 건네는 손길 같다.


살아 있는 한 매일 찾아오는 아침.
누군가에겐 간절히 기다린 시작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반복되는 일상의 한 조각일 수도 있다.


어쩌면 삶은 거창하고 특별한 습관보다 사소한 것들의 다정함 속에서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
손에 감기는 머그잔의 온기, 빵 굽는 냄새가 주는 행복감, 택배 상자를 열 때 선물을 받는 듯한 설렘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하루의 무게를 덜어낸다. 누군가가 건네는 “잘 지내지?”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조차도 막혀 있던 마음에 창을 열어주는 바람이 된다. 그 한 줄의 온기가 다시 하루를 견디게 한다.


삶은 때로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와 숨을 가쁘게 하지만, 버티는 힘은 의외로 작은 곳에서 자라난다. 책상 위 오래된 책 한 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퍼져 나오는 종이 냄새와 문장의 온기가 낡은 나침반처럼 마음의 방향을 일러준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무사히 건넜다는 안도, 저녁밥 냄새에 배어드는 익숙한 사랑, 식탁 위 따끈한 국 한 그릇이 마음의 체온을 지켜주는 작은 불씨가 된다. 그렇게 삶은 평범한 순간 속에서 천천히 회복되고,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한다.


친구와 주고받는 사소한 농담 한 마디 “야, 너 그거 진짜 웃기다” 그 짧은 웃음 속에서도 이상하게 힘이 난다. 웃음은 아무 대책 없이 무너질 것 같은 하루에도 ‘괜찮다’는 신호처럼 번져 나간다.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 샤워 후 마시는 바나나우유 한 모금은, 삶에 달콤함을 선물해 준다.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한다.


이렇듯 삶을 버티는 힘은 화려한 순간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낼 법한 것들이 모여 하루를 단단하게 만든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작은 습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쉼표 같은 순간들이 삶의 결을 지탱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스치는 바람 한 줄기, 하늘 위로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 한 조각이 때로는 마음의 기둥이 되어준다. 비록 티 나지 않는 사소함일지라도, 그 조각들이 이어져 마음을 지키는 큰 울림이 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반짝임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들이다.
버틴다는 건 살아낸다는 뜻이고, 살아낸다는 건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작은 순간에 마음을 기울이는 일, 그것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건너는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깊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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