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사투
유튜브 쇼츠 영상 중독이다. 계속 스크롤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 영상이 떴다. 예전에 알고리즘 때문에 뜨더니 그 뒤로 종종 모습을 나타내는 채널이다. 구독자는 아니라서 누군지도 모르는데 보고 있다 보면 요리무식자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점심으로 해 먹었다.
재료: 케첩, 다진 마늘, 간장, 물, 양파, 호박, 계란
케첩 3숟가락에 간장 1숟가락, 다진 마늘 1숟가락을 넣고 물은 종이컵 반컵 정도 넣으라는데 물은 대강 맞췄다. 먹어 보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추면 될 것 같다. 막상 해 먹고 나니 소스 양을 너무 적게 만들었다. 나중에 해 먹을 땐 소스 양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할 듯. 왜냐면 프라이팬에서 졸아든다.
불 조절 잘할 수 있고, 좋은 프라이팬을 사용한다면 모를까. 우리 집 오래 쓴 프라이팬은 금방 졸아들더라. 암튼 이렇게 만든 소스는 두고, 집에 있는 야채를 가져와 잘게 다진다. 영상엔 양파만 했는데 나는 양파랑 호박도 썰어 넣었다. 원래 카레 먹을 때도 야채 크기가 큰 편을 좋아해서 이번에도 적당히 잘랐다.
오일을 프라이팬에 두르고 야채를 먼저 1분 정도 볶다가 중앙에 계란을 터뜨려준다. 영상엔 3개나 했는데 나는 2개만 했다. 흰자가 노릇노릇 익었을 때 준비한 소스를 프라이팬 가에 부어준다. 그 위에 입맛에 따라 청양고추도 잘라 넣고, 후추도 뿌려주던데 나는 후추만 뿌렸다. 영상에선 소스양이 충분해서 노른자에 뿌려주면서 익히던데... 내 소스는 빨리 졸아들어서 노른자가 거의 익지도 않았을 때 불을 껐다. 근데 그래도 충분하다. 왜냐면 반숙을 좋아하는 데다 어차피 뜨거운 밥에 올리면 그 열기에 또 익는다.
이렇게 만든 케첩야채계란을 밥 위에 올려 먹으면 된다. 기대도 안 했는데 의외로 맛이 좋았다. 내가 자주 해 먹는 계란 볶음밥이 질리면 이렇게 해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영상에선 남아도는 계란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레시피로 소개하던데 계란이 남아돌다니... 말도 안 돼. 우리 집은 차라리 남아도는 케첩을 유통기한 안에 해결할 레시피로 유용할 듯싶다.
맛: ★★★★☆
(다음엔 더 잘 해 먹어야지. 유튜브 쇼츠의 순기능도 있긴 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