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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하이커 Oct 02. 2023

오전엔 바다를 누비고 오후엔 산을 오르리

포르투갈 - 마데이라섬, 돌고래 와칭과 레바다 하이킹

조그만 스피드 보트에 우리를 포함 10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Spotted Dolphins (왼쪽), Pilot Whale (오른쪽)

마데이라 여행 둘째 날의 일정은 미리 예약해 둔 돌고래 와칭 투어로 시작되었다. 아침 9시에 다른 참가자 8명과 함께 스피드 보트에 타고 마데이라 섬 남쪽으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spotted dolphin떼를 만났다. 이 돌고래들은 스피드를 즐기는 성향이 있어서 무동력 상태로 미끄러져가는 스피드보트 주변에 몰려들곤 한다. 돌고래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규칙은 간단하다. 돌고래들을 만지지 말고, 먹을 것을 주어서도 안되며, 큰 소리를 내어서도 안되고, 돌고래들과 오래 머물러서도 안된다. 돌고래들이 인간들에게 길들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같다.


칼례타 항구 주변에는 돌고래 와칭 투어를 하는 여행사가 두 군데 있었다. 가격은 거의 비슷하고 두 곳의 평판도 대동소이하다. 두 가게에서 투어를 운영하는 시간이 서로 많이 겹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상호 협의가 있는 듯했다. 투어의 운영원칙에 의하면 바다에 나가서 돌고래를 만나지 못할 경우 투어비용을 모두 환불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업체에서 미리 한 명을 보내 탐색을 한 후 돌고래가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해 좌표를 알려 주면 투어팀이 그곳으로 찾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돌고래를 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돌고래뿐만 아니라 큰 고래까지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고래를 보긴 힘든 계절이었다.


spotted 돌고래들과 헤어진 후 한 참 동안 먼 길을 돌다 가이드가 가리킨 곳에는 Pilot Whale이라는 돌고래 떼들이 있었다. 개체 크기가 7m에 달하는 Pilot Whale은 가장 나이 많은 여성 개체의 지도하에 그룹이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이름과 다르게 이들은 돌고래이며 Orca를 제외하면 가장 큰 돌고래 종이라고 한다. Spotted Dolphin들과 달리 이들은 보트에 가까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스피드보트에 올라 오전을 꼬박 마데이라섬 남쪽 바다를 휘저으며 보냈다.




수로를 따라 걷는 하이킹 코스
Risco 폭포

점심을 칼례타 포트 주변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고 발걸음을 옮긴 곳은 Levada do Alecrim이다. Levada란 마데이라 곳곳에 있는 오래된 수로를 뜻한다. 과거에는 농사를 위해 마데이라 전역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로였는데 이제는 용수이동에 사용되지는 않고 관상의 용도로만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 이 Levada는 높은 산 위에 위치해 수로를 옆에 끼고 산 아래의 경치를 보면서 걷는 동안 풍경화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Levada를 따라 걷는 하이킹은 짧고 평탄해 전혀 힘들지 않다. 산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다면 한 시간 정도 들여 Levada만 왕복해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힘든 하이킹 코스를 계획하고 있었다. Levada das 25 Fontes는 앞서 설명한 Levada를 포함해 산의 갚은 계곡에 있는 Risco 폭포까지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이다. Levada의 끝 지점쯤에서 산의 계곡을 향해 내려가면 Risco 폭포가 나온다. 이 하이킹 코스는  Levada에서부터 Risco 폭포까지 25개의 작은 폭포와 샘을 보여 준다고 한다. 이 하이킹 코스는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평소 예상 소요시간보다 두 시간은 더 걸리는 우리의 발걸음으로도 4시간 정도 걸렸으니 난이도는 결코 높지 않다. 총 이동 거리는 11km 정도이고 대략 350m를 오르내리게 된다. 이 하이킹은 산의 정상에서 시작하니까 거의 내리막 길인데 하이킹 코스 중간에 Risco 폭포를 보기 위해 내려갔다고 되돌아오는 길이 가장 경사진 오르막 길이고 때문에 가장 힘든 구간이다.




Rabacal House 산장 카폐
수준급 티라미수를 먹어볼 수 있다

하이킹의 끝 지점에는 Rabacal House라고 불리는 산장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선 마침내 화장실을 쓸 수 있을뿐더러 차가운 음료로 더위를 식히거나 잘 만들어진 케익으로 떨어진 당을 채울 수도 있다. 포르투갈인들이 대체적으로 독일인들보다 호의적이긴 하지만 산장 카페 직원의 친절함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산장 카페 직원의 도움으로 산장 주변에서 우리가 주차해 둔 위치까지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셔틀버스 시간이 될 때까지 뜨거운 모카커피와 케익 한 조각을 먹으며 편하게 편안한 소파에 기대어 쉬었다. 카페 벽엔 Rabacal 지역의 나뭇잎들이 잘 말려져 액자와 함께 걸려 있었는데 언젠가 새로 짓게될 우리집 키친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

Madeiran chaffinch (동박새)

마데이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지만 Rabacal 지역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 파란 새는 마데이라 동박새 (Madeiran Chaffinch)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동박새와는 많이 다르게 생겼다. 머리와 몸통이 푸르스름하고 한국의 동박새보다 조금 큰데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손에 올라와 먹을 것을 탐하기도 한다. 마침 아침에 먹던 곡물을 조금 가져온 터라 온 동네 동박새들에게 둘러싸여 참한 이방인으로 많은 환영을 받았다.




Ponta do sol의 폐도로를 찾아가다 길을 잘못 들어 낭떠러지를 만났다 (왼쪽), 폐도로 위로 쏟아져내리는 폭포수 (오른쪽)
Ponta do sol의 Drone 샷

하이킹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숙소로 향하며 마지막으로 Ponta do sol이라는 곳에 들렸다. 이곳에도 낙석으로 폐허가 된 도로가 유명한데 폐허 자체는 어제 일정 중 우연히 발견한 폐도로만큼 세기말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대신에 이곳은 폐도로 위로 쏟아지는 폭포가 유명하다.


Ponta do sol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폐도로로 향하는 길에 오래된 돌다리가 있는데 고즈넉한 그 모습에 이끌려 방향을 잡아가다 보면 길이 무너져내려 끊겨버린 천길 낭떠러지를 만나게 된다. 폐도로로 가는 지름길이긴 한데 무너진 부분에 밟을 수 있는 공간이 3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위험한 길이기 때문에 절대로 시도해선 안된다. 돌다리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폐도로로 걸어갈 수 있는 짧은 터널을 지나 안전한 길을 만날 수 있다.


드론을 날릴 계획은 없었는데 마침 이곳이 드론 촬영 허가를 받은 지역 안에 있어서 한참 동안 폐허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데이라는 드론 금지 구역이 그렇게 많지 않긴 하지만 드론 비행 및 촬영 허가를 받는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하루에 세 곳씩만 신청할 수 있고 신청 허가가 나오는데 며칠씩 걸리기 때문에 마데이라 모든 지역의 촬영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주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청 내용이 조금만 어긋나도 비행불가라는 답변을 받기 때문에 재신청을 여러 번 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드론 촬영을 하고 싶었던 곳 중 두 곳은 열 번을 넘게 신청했지만 신청할 때마다 잘못 기입한 내용이 있어 여행하는 날까지 허가를 받지 못했다.




내 마음대로 뽑은 칼례타 항구 주변 최고의 레스토랑은 Manifattura Di Gelato

긴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칼례타 포트 주변의 Manifattura Di Gelato라는 레스토랑에서 흑갈치 요리를 먹었는데 칼례타 항구 주변 레스토랑 중 가장 훌륭한 요리를 선 보였다. 우리는 총 여섯 곳의 레스토랑을 찾았고 그중 네 곳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두 곳은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바와 같은 느낌이었기에 근방의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은 다 가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곳이 Manifattura Di Gelato이다. 다른 세 곳의 레스토랑도 평균 이상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는데 이곳은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식사비 역시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조금 비쌌지만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이 레스토랑의 구운 감자나 야채에는 짙은 로즈마리 향이 묻어 있는데 향뿐만 아니라 그 맛과 식감 또한 일품이다. 이 날은 버섯 리조또도 주문을 했는데 그 역시 생선 요리 못지않게 훌륭했다. 역시나 뿌듯하게 채운 또 하루의 휴가를 뒤로 하고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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