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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May 07. 2024

지극히 낭만적이지 않은 프랑스

서랍 속 서랍을 다시 열며


  2023 아르코 우수 창작기금에 우붓 관련 여행 산문 세 편이 선정되어 시작된 <서랍 속 여행기 1>이었다.  세 편의 나머지 글들을 모아 1편과 2편에 담아 총 20편의 우붓여행 에세이를 완결 지었다. 2편에 이르러서는 번번이 스스로 정해놓은 업데이트 날짜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한 마디로 후반부로 갈수록 지지부진해졌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아쉽고 부족하고 미완인 채로도 여전히 흘러가는 인생처럼 말이다. 기왕에 시작한 거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모처럼 들어왔다.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메르씨군이 14살이다. 6살인가 7살인가 내가 몹시 사랑하면서도 그렇게 아픈 줄 몰랐던 고양이 초원이가 천국으로 간 이후 메르씨는 언제나 무얼 하든 첫 번째 기준이 되곤 했다. 해외여행 떠날 생각이 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자주 가는 앞 산이 히말라야도 될 수가 있고, 천변 들꽃 군락지가 고흐가 머물던 노란 집이 있던 동네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여 새로 또 브런치북을 만드는 부산함을 덜고 여기 이 브런치북에 이어서 계속 써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우붓에 이어 파리의 여행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만약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이 글을 클릭했다면 빈약한(?) 여행정보에 실망할 것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의 다른 얼굴 생김새처럼  같은 여행지, 다른 느낌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도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내가 쓴 <요가에세이>가 그랬듯, <여행에세이> 또한 여행지의 낯선 풍경과 사물들 속에서 새롭거나 낯설게 탄생하는 내 느낌들을 마주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여행 글을 여기서 접지 않고 계속 이어가 보기로 했다. 


  한 밤중 혼자 무서움을 참고 갔던 에펠탑, 이른 아침 빵집에서 풍겨 나오던 빵 냄새는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날 산책 길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나를 흘끔 대던 파리의 중년 아재들. 이와 반대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는 초콜릿 커피 카페에서 혼자 노트북에 무언가를 쓰고 있던 남자의 이지적인 옆모습을 흘깃거리던 나. 바게트를 끌어안고 찾아다니던 파리의 요가원, 고흐의 묘지, 모네의 꽃밭, 모나리자의 미소 등등을 느낌 가는 대로 꺼내볼까 한다.

  
  P. S :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서랍 속 여행기>를 읽어주시고 좋아요까지 눌러주는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계속 응원을 부탁드려도 되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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