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요가원 찾기

푸른빛에 홀리다

by 김윤선


숙소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한 밤중의 산책처럼 다녀오려 했던 에펠탑은 예상대로 낭만적이지 못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두려움과 외로움의 감정의 실체를 안겨주었을 뿐이었다. '다시는 모험(?) 하지 말아야지' 반성한 지 하루도 못되어서 나는 다시 숙소를 나왔다. 파리의 요가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내로 나오는 택시를 타고 콩코오드 광장 인근의 어딘가에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어느 쇼윈도 앞에 발길을 멈추어 섰다. 푸른빛 머플러와 머리띠를 한 여인의 초상화 앞이었다. 본능적으로 푸른빛에 이끌렸다고나 할까? 눈을 내려 뜬 그림 속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베르메르의 그림'진주 귀고리 소녀'의 그녀를 떠올렸다. 화면에 어린 푸르스름한 색채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그리트의 눈빛에 안타까운 갈망이 있었다면 이 그림 속 그녀의 눈빛을 나는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알고 보면 나는 늘 '푸른빛'에 끌리는 사람. 투명하거나 흐린 멜란지 그레이 빛 구름이 스며들 듯 흘러가는 푸른빛의 하늘, 바다, 강, 고흐 그림 속의 푸른빛, 환기 블루, 박수근의 푸른빛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푸른빛들에 나는 늘 매혹되곤 했다. 요가원을 찾겠다는 이유로 이 길에 왔다는 목적을 잊은 채 나는 그렇게 또 한 동안 푸른빛에 홀려 우두커니 그 거리에 서 있었다. 아니 푸른 머플러의 그녀에 홀려있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그곳을 벗어나 걷다가 오래된 석조 건물 기둥에 붙어있는 작은 포스터를 발견했다. 기둥 사이로 작은 광장이 보였다. 나는 석조 기둥들 사이 가운데 작은 빈터 광장을 지나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소리를 따라 걸어갔다. 꽤나 익숙한 데바 프레말의 챈팅 음악이었다. 그 음악 소리를 듣자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이 근처에 요가원이 있을 게 분명했다.


미로 찾기라고 할 줄 알았던 나는 별 어려움 없이 요가원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음악소리에 어떤 향기까지 함께 더해져서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파리의 여행자들을 상대로 1회 클래스를 연다고 했다. 시간은 오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해는 높이 있었고 나는 그들의 안내대로 요가수련을 받기로 했다.

적당히 여유 있는 핏의 레강스와 슬리브리스 탑 위에 길이가 긴 상아색 롱 셔츠를 입었었기에 굳이 요가복은 대여하지 않아도 되었다. 셔츠와 거리에서 사서 안고 다녔던 바게트빵을 사물함에 넣고 렌트한 요가매트를 펼쳤다. 도시의 골목에 위치한 요가원은 낮인데도 적당히 어두워서 요가하기에 좋았다.


나까지 총 3명의 외국인은 머리칼이 얇은 금발의 중년 여성 요가강사의 지도 아래 수련을 했다. 이곳이 파리인지, 인도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요가를 하는 시간은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러웠다.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행자의 삶을 살기로 한 사람처럼 그날, 그 시간 거기서 그렇게 자유로웠다.


데바프레말Deva Premal Jai Radha Madhav https://youtu.be/qhwc6sli_aI?si=penYHevTAYoWei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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