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연인들

렌바흐 하우스 Lenbachhaus

by 뮌헨의 마리


지난 일요일 렌바흐 하우스에 갔다. 가브리엘레 뮌터와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던 칸딘스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난 일요일 렌바흐 하우스에 갔다. 가브리엘레 뮌터와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던 칸딘스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에 관한 책과 화보는 오래전에 사놓고도 방문을 미루고 있었다. 렌바흐 하우스는 초상화 화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프란츠 렌바흐의 집이었는데 지금은 신관을 증축하여 뮌헨 시립 미술관이 되었다. ㄷ자형 노란색 집은 이탈리아식 빌라로 지어졌고 집의 가운데에는 정원이 있다. 렌바흐 하우스는 지도상 뮌헨의 정중앙인 쾨니히스 플라츠 옆이다.


내가 렌바흐 하우스에 간 것은 서울의 J언니가 보내준 여행 가이드북 <뮌헨>(박종호, 풍월당)을 받고서였다. 문학과 예술에 관한 저자의 탁월한 감각과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책이었는데, 뮌헨을 '독일의 아테네'라고 쓴 표지를 보고는 궁금증이 더했다. 뮌헨에 관해서라면 앞으로 이 한 권으로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자주 뮌헨의 거리거리를 돌아다닐 것 같은 예감. 뮌헨을 방문할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중 하나다.


렌바흐 하우스는 독일의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유파의 하나인 청기사파 화가들의 그림 전시로 유명하다. 대표 화가들로는 가브리엘레 뮌터, 프란츠 마르크, 아우구스트 마케,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알렉세이 야블렌스카 등이 있다. 입장료는 할인 없이 10유로. 생각보다 관람객들이 많았고 소장 그림도 많아서 신관을 두 시간 동안 돌고 나서는 피곤해서 구관의 렌바흐의 침실과 작업 스튜디오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정원에서 휴식을 했다. 봄볕이 다사롭고 포근했다.



그날은 혼자서 갔다. 아이는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고 남편은 바쁘다고 해서. 보통 아이들 생일 파티는 토요일 오전일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일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였다. 덕분에 보고 싶은 만큼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뮌터와 칸딘스키를 보러 갔다가 사랑하는 마케의 그림 몇 점과 클레의 그림 몇 점, 무엇보다도 새로 발견한 화가 알렉세이 야블렌스카의 그림에도 흥미를 느꼈다. 지금까지 왜 렌바흐 하우스의 얼굴 마담 격인 대표 그림이 야블렌스카의 그림인지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먼저 두 사람. 사제지간이자 연인이었 가브리엘레 뮌터와 바실리 칸딘스키가 함께 살았던 바이에른 무르나우 Murnau의 집은 뮌터 하우스가 되었다. 유부남이었던 칸딘스키가 러시아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재혼을 하자 뮌터는 칸딘스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대쪽 같은 기개로 그녀가 소장하고 있던 칸딘스키의 그림들을 돌려주지 않았다나. 뮌터는 생애 마지막까지 무르나우에서 살았고, 칸딘스키의 그림은 렌바우 하우스에 기증되었다. 사후에 두 사람이 나란히 작품으로 걸리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칸딘스키는 추상의 대가답게 상상력이 풍부하고 선과 색채가 굵고 대담했고, 클레는 시적이었다. 클레의 저 그림 <로즈 가든>을 보라! 지금까지 본 어떤 로즈 가든보다 아름다웠다. 내가 사랑하는 화가,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마케의 그림들은 또 어떻고. 뮌터의 그림 속 소파에 앉아 글을 쓰는 여인도 좋았다. 그럼에도 이번 미술관 관람의 주인공은 알렉세이 야블렌스카에게 돌아갔다. 단순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묘한 개성이 느껴지는 그림들. 댄서인 <알렉산더 사카로프의 초상>이 대표적이다. 강렬하고 독보적! 다시 한번 간다면 그의 그림들을 찬찬히 돌아볼 생각. 봄날의 미술관 나들이는 언제나 즐겁다.


파울 클레 <로즈 가든>(좌) 알렉세이 야블렌스키 <(댄서)알렉산더 사카로프의 초상>(우)
아우구스트 막케 <터키 카페>(좌) 칸딘스키 <모스크바의 여인>(중) 가브리엘레 뮌터 <소파에 앉아 글 쓰는 여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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