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뮌헨의 마리 Aug 18. 2020

뮌헨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다

집에서 자가 격리 중


 나흘째 자가 격리 중이다.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했다. 스페인으로 휴가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는 휴가를 안 가는 게 맞다던 남편의 우려는 적중했다.



안달루시아 휴양지 전경1



흘째 자가 격리 중이다. 코로나 위험 지역인 스페인으로 휴가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예약할 당시인 만 해도 유럽은 코로나가 안정기였다. 출발 무렵 스페인의 마요르카와 바르셀로나불안하긴 했지만 어머니는 안달루시아라면 괜찮을 거라고 낙관하셨고, 이런 시기에는 휴가를 안 가는 게 맞다던 남편의 우려는 적중했다. 그렇다고 어머니께 못 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아이는 방학, 남편은 재택근무. 나는 일을 2주  수도 있다는 각오로 떠났다. 


공항 검역소에서 24시간~48시간 안에 메일로 결과를 알려주겠다던 약속은 감감무소식. 물어볼 곳도 없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지도 알 수 다. 한국이면 문자로 금방 알려줬을 텐데. 독일은 아직도 메일이 대세다. 마트 가고, 산책 가고, 카페나 식당, 출근하던 날 그립.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자가격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벌금이 무려 25,000유로(한화 3,500만 원)이라서. 휴가에서 돌아온  친어머니 생신날 점심 초대에는 못 갔다.


비행기로 안달루시아를 출발한 시각은 금요일 저녁 7시. 계획대로라면 밤 10시 뮌헨 공항에 도착. 밤 10시 30분 공항역에서 어머니는 기차로 레겐스부르크로, 우리는 S반(S1/S8)로 뮌헨 중앙역으로 왔어야 했다. 인생이 예정대로만 흘러가 주면 얼마나 좋으랴. 자정을 넘기고 새벽에야 집에 도착했다. (참고로, 뮌헨 공항에서는 기차나 S반 둘 다 지하 공항역에서 탈 수 있다. 패키지여행 때는 비행기표로 공항에서 행선지 도시로 이동하는 차편과 도시 내 지하철/버스/트람 환승이 무료인지 확인해 볼 것!)






비행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젊은 독일 아빠가 우는 아기를 아기띠로 안고 통로를 왔다 갔다 할 때면 모두들 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와 우리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앉았다. 양쪽 좌석은 각각 세 개씩. 우리 쪽 좌석 배정은 창가 아이, 가운데 나, 통로 쪽이 남편이라고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어머니가 친절하게 알려주셨. 남편과 양쪽 통로에 앉아 비행 세 시간  알찬 대화를 바라신 .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비행기를 타보면 안다. 옆에 누가 앉는지.


비행기에 오르자 남편이 내게 통로 쪽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건 어머니의 컨셉이 아니었다. 아이 창가, 남편 가운데, 내가 어머니 쪽 통로. 안달루시아로 갈 때 어머니 앉은 기억이 피로의 원인이었나? 그렇다고 앉으면 어떡하나. 세 시간만 참으면 되는데. 남편의 비행 중 루틴은 이렇다. 컴퓨터로 일하기, 아이와 놀기, 잠자. 이번 비행의 복병은 잠이 없으신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남편에게 자리를 바꾸라고  웃기만 하니 오히려 내가 죄송했다.


어머니가 백팩에서 미셸 오바마 전기를 꺼내 드셨다. 비행기 안에서 미국 전직 퍼스트레이디의 고급 영어 문장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 옆좌석의 스페인 부부에게로 관심을 돌리셨다. 나와는 깊이 있는 토론이 힘들다는 것을 어머니도 나도  알고 있. 어머니와 대화 시 내 역할성실한 청취자. 젊은 날 갈고닦으셨 이태리어를 환. 스페인어와 이태리어가 싱크로율 60%로 의기투합했다. 옆좌석에 평화가  후에야 나도 한숨을 돌렸다. 캡틴의 긴급 안내 방송이 비행기 안의 기류를 바꾸기 전까지.



안달루시아 휴양지 전경2



캡틴이 알려 드린다! 코로나로 탑승객 전원이 뮌헨 공항에서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 뮌헨에서 환승하시는 분들도 예외가 없으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란. 이것은 항공사가 아닌 바이에른주의 결정이므로 승무원에게 시시비비를 가리지 마시고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우리는 예상했던 일이라 담담했는데 어머니는 당황하셨나 보다. 얼굴빛이 창백해서 나를 바라보셨다. 코로나가 왜 당신 탓이겠는가. 괜찮다안심시켜 드렸다. 뮌헨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번째 긴급 안내는 축구 리그! 독일이 스페인에 큰 격차로 이겼다고. 옆자리 스페인 부부를 의식한 어머니의 조용한 환호에 우리도 미소로 응답했다.


밤 10시 뮌헨 공항. 남편이 짐을 찾으러 간 사이 어머니와 나와 아이는 역소로 향했다. 대학생 도우미들이 아이패드를 들고 접수를 도왔다. 1차 완료. 2차는 접수증 발급. 3차 검사. 밤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1차 접수대(2명). 2차 접수증 발급(2명). 3차 검사실에는 간호사(2명)와 의사(2명). 우리30분 만에 끝났다. 문제는 혼자서 여행가방 4개를 찾아 뒤늦게 줄을 선 남편이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열차는 밤 11시 30분. 공항역까지 달리고 달려 3분 전 도착! 어머니도 우리도 새벽 1시에 각자의 집 현관문을 열었다.


코로나 검사지 작성으로 비행기 안이 부산해졌다. 어머니는 독일어로 된 서식을 직접 작성한 뒤 남편에게 보여준 후 스페인 부부에게 자랑삼아 말씀하셨다. 이런 건 애들에게 먼저 검사를 받아야죠! 언어가 달라도 금방 전달되는 게 있다. 뮌헨에 사는 자녀를 만나러 간다는 스페인 부부가 우리를 돌아보며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는 독일어를 모르는 부부의 서식 작성을 부지런히 도와주셨다. 어머니를 보며 든 생각. 세상에는 그들 부모 세대가 공부만 시켜줬어도 큰 일을 하셨을 어머니들, 고모님들, 이모님들이 참 많다.




어머니는 오늘 오전 휴가 전에 예약했던 가정의를 방문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셨다. 기도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고. 노트북을 켜놓고 목이 빠지게 결과를 기다리는 아침에 벨이 울렸다. 시누이 바바라가 빵을 현관 밖에 두고 갔다. 남편은 독일의 대응 체계가 역부족이라 최소 5일은 걸릴 거라고 했다. 칠월에 터키로 3주간 휴가를 떠났던 북독일의 형네는 코로나 결과를 나흘 만에 받았다고 했나? 우리도 오늘이 나흘째인데.


조카 말로는 양성일 경우 먼저 알림이 가고, 음성 반응자들은 늦게 오는 거라고 다. 오호!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아이의 김나지움 발표 때 그랬다. 1주일 안에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떨어진 거고, 2주 이상 연락이 안 오면 붙은 거라고. 무슨 이런 시스템이 있나 싶었는데 자꾸 겪으니 합리적인가 싶기도 하다. 합리는 무슨! 제발 빨리 알려줬으면 좋겠. 48시간인 주말 동안 결과가 나온다고 했더니 누군가가 콧방귀를 뀌며 했다. 주말에 알려준다고요? 잊으세요! 자기가 아는 지인은 8일 만에 결과를 받았다면서. 이런 때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진심 그립다.



안달루시아 휴양지 전경3


P.S. 나흘째 밤에 온 가족이 음성 판정 결과를 받았다.          염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전 09화 100% 아름다운 관계는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