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마물고기 Oct 06. 2021

#32. 영원에 대하여

-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존재.

 

<오늘의 메뉴>

칼국수, 겉절이 김치

 

  영원이라는 것이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누군가의 사진 속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명품은 아니지만 당시에 알아보니 한국 브랜드에 들어오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내 기준에 당시 생활비에서 큰 지출을 하며 그것을 손에 넣었다.

처음 소포가 도착한 날 아이 등원, 하원 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졌다. 집 앞에 슈퍼를 잠시 갈 때에도 그 신발은 내 몸과 함께였다. 고작 신발 하나에 중고등학생 때 느낀 설렘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 웃겼다.

하지만 그 설렘은 고작 일주일이었다.


  조금 때가 탄 신발만큼 나의 영원 같던 그 마음도 조금씩 바래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비와, 모든 우리의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이 고직 일주 일자리였다니...... 허무함도 사실이었다.

영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약속을 하고 마음을 내어준다.

남편과의 결혼 전 사랑도 지금은 전우애가 된 것 같고, 아이를 처음 병원에서 만났을 때 마음속으로 했던 거창한 다짐들도 중간중간 흘러가버렸다.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 화장실도 같이 따라가 주던 단짝의 이름도 이제 가물하다. 영원할 것 같던 인연도 돌아보니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고 과거가 되어 모두 흘러가버렸다.


  사회초년생 때 가졌던 나의 단단한 청춘의 다짐도 지금은 뭐든 적당히, 튀지 말고, 무사안일주의가 되어버렸다. 불의에 지지 말고 정의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야지 했던 마음도 지나간 교과서처럼 먼지에 쌓여 사라져 버렸다. 운동화 하나에 영원에 대하여 돌아보는 것도 조금 우습지만,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것이 사실 없다면 매사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타고난 기질이 매사에 무조건 열심히, 삼세판 도전 정신이지만 가끔 가지지 못한 무언가, 잡지 못한 누군가에 대해 포기하는 마음도 늘어난다. 어차피 영원하지 못할 것 마음 더 허무하기 전에 이어지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도 괜찮지. 비겁한 타협 일지 모르지만 지나온 인생 시간만큼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는 지혜일지도 모른다.


  칼국수를 먹다 눈에 들어온 때가 탄 운동화를 보다 너무 진지한 생각으로 가버렸지만,

오늘 오후에는 아이 손을 잡고 더 사랑한다. 행동으로 표현해줘야지. 영원 같았던 6년 전 그 약속과 다짐을 다시 스멀스멀 꺼내봐야지.

이 세상에 영원 같은 것은 없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무언가가(누군가가) '영원'의 가면을 쓰고 우리를 속이는 것 같아도, 당시의 내 마음까지 거짓이라 할 수 없으니. 오늘도 영원이 있다고 믿으면서 날 속이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설렘도 느끼고 행복함도 느끼는 것이겠지.

시간을 초월해 변하지 않는 대상은 없겠지만, 늘 그것을 위해 애쓰는 내 마음만큼은 돌아보면 영원의 증거가 아닐까 문득 생각한다.

이전 10화 #31.불안해질까 불안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