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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공화국

치느님은 못 참지

by 채널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느님이 있다. 유느님, 연느님, 그리고 '치느님!'

치킨은 혼자 먹어도 맛있고 누군가와 함께 먹어도 맛있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먹어도 맛있고, 슬플 때나 기쁠 때, 혹은 그냥 아무 때라도 편하게 먹는 게 치킨이다. 그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해서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치믈리에라고 자부할 지경이다.


게다가 넘사벽급으로 수십 년 넘게 배달음식 1위의 자리에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 세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한국에 있는 치킨 전문점이 월등하게 많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치킨에 미쳐있는 것일까?






튀긴 닭의 시작

닭을 영어로 일컫는 말이 '치킨'이다. 하지만 오늘날 치킨이라 하면 '기름에 튀겨진 닭'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 기름에 튀긴 닭 이야기를 하려면 19세기 미국 남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예의 주인 노릇을 하던 백인들은 닭을 오븐에 구워 먹었고, 살이 많은 몸통과 다리 부위를 선호했다. 이후 남겨진 날개와 목 같은 뼈가 많은 부위는 흑인들에게 던져줬다. 그 당시 흑인 노예들은 목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인 면실유가 있었는데 이를 이용해 잡다한 부위를 모아서 목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인 면실유를 이용해 튀겨 먹게 된 게 프라이드치킨의 시초다.


20240714043622_dnyimgqn.jpg 출처 : 위키피디아


그런데 그들은 왜 닭은 굳이 튀겨먹게 된 걸까? 바싹 튀긴 닭고기는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고 튀겨진 음식은 그야말로 기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양이어도 조금 더 포만감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당시 노예들의 엄청난 노동에는 고칼로리 음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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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치킨이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 건 바로 이 할아버지, 커넬 샌더스 덕분이다.

샌더스는 켄터키주의 코빈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주유소에 딸린 작은 식당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여기서 가장 인기 있던 메뉴가 바로 '프라이드치킨'이었다.


샌더스는 이후 여러 가지 향신료를 배합해 만든 비법 양념과 직접 개발한 튀김기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이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초 대박이 났다.



한국식 치킨

한국에서는 닭요리는 주로 삶아 먹거나 볶는 요리였는데 1950년대 후반 미군부대에서 나온 프라이드치킨이 한국식 치킨의 유래라고 알려졌다. 이후 1970년대에 닭고기와 기름의 생산이 많아지면서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서 파는 '통닭'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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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치킨의 모습은 1977년 명동에 처음 문을 연 '림스치킨'이 원조다. 조각낸 치킨을 기름에 튀긴 조리법을 처음 선보인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굉장히 오래된 브랜드이지만 아직도 전국에 가맹점이 심심찮게 있다.

그 이후로는 멕시칸, 페리카나 같은 1세대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중화된다.


당시 제조업 노동자들의 일 평균 임금은 3,400원 정도였는데 이때 치킨 가격이 2,500 ~ 3,000원 정도였다고 하니 대단히 고오급 음식이었다. 그리고 1984년 KFC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프라이드치킨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게 된다.


프라이드치킨은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보니 기름지다고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뭐든지 K패치를 해버리는 민족답게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양념치킨을 만들어 버렸다. 이 양념치킨은 90년대 까지 전국 치킨 매출의 평균값을 확 올렸다.


그러던 중 한 마리만 통째로 팔던 치킨 시장에서 날개/다리만 따로 모아서 파는 메뉴가 등장한다. 치킨 한 마리를 시켰는데 상대방이 다리와 날개를 몽땅 먹어버린다면 단연코 손절각 아닌가. 날개와 다리만 따로 팔다 보니 좋아하는 부위만 먹을 수 있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었다.


이걸 처음 시작한 회사가 교촌이다. 역시나 이 방법이 제대로 통해 치킨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게다가 교촌은 중고등학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하교하는 배고픈 학생들에게 간장치킨을 조금씩 나눠줬다. 이걸 맛본 학생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사달라고 졸라댔으니 이 마케팅까지 대박이 났다. 이후 지점을 전국구로 늘리며 현재까지 매출 1위의 치킨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고 있다.



치킨의 완성은 치맥

치킨은 기름진 음식이다 보니 시원하게 씻겨줄 음료가 항상 필요하다.

물론 콜라 같은 탄산음료도 많이 먹지만 역시나 으른의 음료인 맥주만 한 게 없다.

치킨이 대중화되고 1980년대 들어 각종 대형 스포츠 경기가 많이 열리게 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이 열리는 날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며 치킨과 맥주를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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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이라는 단어가 명확하고 가장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2002년 월드컵 때가 아닐까 싶다. 이 당시에는 치킨집에 치킨이 모자랄 정도로 장사가 되던 시절이고 치킨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함께 응원하는 게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큰 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날에는 집집마다 치킨 배달 오토바이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사실 치킨과 맥주 어느 쪽도 한국 음식은 아니지만, 이 둘을 묶어 따로 만들어진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잘 선택하지 않는 이 조합이 한국인에게는 기본 짝꿍 조합인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 둘의 조합이 건강상으로는 최악의 궁합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튀긴 음식과 알콜이 몸에 조금도 좋을 리 없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생각하면 선뜻 손이 안 갈지도 모르지만 모른척 하고 먹으면 그만이다.


모든 게 단점투성이긴 하지만 이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 이거 하나 때문에 모든 단점을 무력화시킨다.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다. 행복하려고 먹는다. 역시나 맛있는 음식은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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