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시원, 달달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이 무더운 계절을 견뎌낼 방법을 찾는다. 시원하고 깔끔한 음식을 찾아먹는 것은 더위를 이기는 대표적인 방법일 것이다. 입맛 떨어지는 무더위 속에서 차가운 음식은 식욕을 돋우고 몸의 열을 내려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뜨거운 여름 입안 가득 시원함을 채워주면 머리까지 얼얼해진다. 차가운 얼음 위에 여러 가지 재료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내는 오늘의 음식은 빙수다.

얼음과 함께 탄생

빙수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3,000년 경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게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는 중국 베이징에서 최초로 시작된 얼음 우유를 베네치아로 가져가 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300년 경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점령할 때도 빙수에 대한 기록이 있다. 더위와 피로에 지쳐 쓰러진 병사들을 위해 높은 산에 쌓인 눈에 꿀과 과일즙 등을 넣어 먹었다고 한다. 그 오래전부터 시원한 얼음과 달콤한 재료의 조합은 역시 옮은 것이었다.

또한 알프스에서 가져온 얼음과 눈에 우유를 시원하게 만들어 먹었다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인 카이사르의 이야기까지! 이처럼 얼마나 오래 전부터 빙수를 즐겨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빙수의 유래는 조선시대부터다. 당시 서빙고의 얼음을 공급받은 관원들이 화채 같은 음료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형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음식인 얼음팥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잘게 부순 얼음 위에 단팥죽을 식혀 올려 먹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먹는 팥빙수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 후 기호에 따라 떡이나 젤리 등 이것저것 다양한 재료들을 올려먹으면서 팥빙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우리나라에 오면서 먹는 방식이 달라진다. 비비고 섞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은 빙수 역시 비빔밥처럼 다 섞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본래 일본 사람들은 섞지 않고 윗부분만 떠서 먹는다고 하는데 덮밥류를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의 특징이 빙수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

빙수 트렌드

내가 어렸을 때 먹던 빙수는 거의 얼음빙수였다. 거칠게 갈아낸 얼음 위에 통조림 팥, 젤리와 떡, 연유도 잔뜩 뿌린 형형색색의 화려한 그 팥빙수 말이다.

그러다 차츰 얼음빙수에서 우유빙수로 변하고 수박, 망고, 딸기 등 여러 가지 과일과 아이스크림의 조합으로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빙수를 맛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요즘은 작은 사치를 즐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고급 호텔의 10만 원대 빙수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와는 반대로 저가 커피전문점에서는 가성비 빙수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름만 되면 어떤 걸 골라 먹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과일빙수, 인절미 빙수, 초코빙수 같은 것들도 맛있지만 요즘은 잘 팔지 않는 옛날 빙수가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진한 싸구려 팥과 쫄깃한 떡, 달다 못해 아릴정도의 시럽들이 가득 올라간 빙수는 찾기 힘든 추억의 맛이다.

이처럼 많은 빙수들은 더운 여름이 지나고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다. 물론 더울 때 먹어야 시원하고 맛있지만 추운 날에 따뜻한 실내에서 즐기는 것도 새롭다. 겨울에도 한 번씩 생각날 때가 있지만 빙수 전문점은 생각보다 집 주변에 없다.

겨울바람을 뚫고 사온 빙수를 따뜻한 집에서 먹으면서 온몸을 차갑게 만들어 보자. 그리고 뜨끈한 전기장판에 누워버리면, 크~~ 이만한 행복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