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병명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픔을 증명받지 못한 사람들

by 조자연

한의원에는

병명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니,

병명이 없어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발길을 돌리는 곳이기도 하다.


비싼 종합검진을 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고,

내시경도 깨끗하고,

위염조차 없다고 하는데


소화는 여전히 안 되고,

가슴은 답답하고,

목은 뻣뻣하고, 팔은 저리다.


결국은

'신경성', '스트레스성'

이라는 말만 듣고 온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감정이 문제다.”

그 말이 너무 흔해서,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한다.


'설명할 수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
'정확히 모르니까, 그 말로 얼버무리는 거겠지.'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진료실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는 다 괜찮다고 했는데,
저는 계속 힘들어요."


그 말속에는
불안과 답답함,
그리고 어느 정도 체념이 섞여 있다.


의심을 거쳐,

부정을 지나,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태.


누군가는 자신을 의심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단념하며,

누군가는

‘어쩌면 내가 진짜 아픈 게 아닐 수도 있다’

말한다.


병명이 없다는 건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론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뜻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
그중 하나가 한의원이다.


“섬유근통이래요.”
“말초신경염이래요.”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대요.”
“신경성이라고 하던데요.”


이유를 못 찾은 아픔들,
진단이라는 이름을 간신히 붙인 감각들.


하지만 그 말들이
‘왜 그런지’를 정말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자주 아플까."

"왜 이렇게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자꾸만 불편하고,

이유 없이 무기력할까."


그리고 조심스레 되묻는다.
“제가 예민한 걸까요?”


아니요.


예민한 게 아니다.

몸이 계속해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남들보다

먼저, 더 세게,

신호를 느끼는 것뿐이다.


검진으로는 잡히지 않는 불편함,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단함.


그건 ‘병’이라기보다,
당신의 몸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뭔가 달라져야 해요”


그러니 너무 오래 혼자 견디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불편함은

헛것도, 과민함도 아니고,

단순한 마음의 문제로만 넘길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지만

감정은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억울함, 외로움, 참았던 슬픔 같은 감정은

실.제.로

당신을 아프게 한다.


그러니 “스트레스 때문이다”라는 말이
막연한 위로나 추측이 아니라,
진짜 이유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아픔은,
헛된 상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아주 진짜인 신호다.


감정은, 염증을 만들고

감정은, 흐름을 막고

감정은, 면역을 흔든다.


우리는 이 세 갈래 신호를

하나하나 따라가 보려고 한다.




다음편에서는

'이름없는 아픔'을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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