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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Oct 30. 2019

<애드 아스트라>

턱 끝까지 차오르는 울음이었던 영화

그는 없는 것만 찾았고, 눈 앞에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출처: 영화 <애드 아스트라>

영화 <그래비티>가 심연의 생의 의지를 일깨우며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면,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스스로에게 던졌던 물음에 대한 턱 끝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울음이었던 영화였다.


로이는 어느 순간부터 우주비행사로 살아가는 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애인의 사랑스런 손길도 차갑게 밀어내고, 어쩔 수 없이 엮이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고 무심한 미소를 건넨다. 임무를 다하기 위해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그런데 무얼 위해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지 모르겠다. 그저 답이 돌아오지 않는, 우주만큼 공허한 자신의 마음에게 수 없이 질문을 해댔을 뿐이었다.


지구에 발생한 재난은 한 때 영웅이라 불리었던 아버지가 과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해왕성으로 떠났고, 그 곳에서 그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는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이제 로이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


로이는 자신에게 무심하다고 말했던 애인을 몇번이나 떠올렸다. 그는 가족을 버리고 우주를 선택했던 아버지처럼은 되기 싫다고 말했지만 그런 아버지가 곧 나 자신이 아닐까 자문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의 외로운 여정은 아버지를 찾아가는 시간이면서도 막연했던 자신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시간인 것이다. 지구를 떠나 태양계 저 끝으로 멀어지지만 그 길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마음과 가장 가까워지는 길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기다렸던 아버지와의 재회.

아버지는 이 우주에서 일을 하기 위해, 미지의 모험을 위해 아들을 버렸다고 모질게 이야기 했다. 알고 있다. 그랬다는 거 알지만 그걸 당신에게 직접 들으니 더 맘이 아프다. 죽었다 살아났던 순간에도 마음 하나 일렁이지 않았던 로이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그는 오랜 시간 홀로 비행하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말하는 대로, 무심한 마음이 안고 있는 그 분노, 그리고 그 안의 상처를 낯낯이 꺼내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자기파괴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아버지이자 결국엔 자기 자신이기도 했던, 상처로 똘똘 뭉친 분노는 소중한 생명으로 가득찬 지구, 우리의 생의 의지를 침범해들어왔었다. 하지만 영화는 자기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자기파괴에서 그 방향을 돌린다. 재난의 시발점이었던 해왕성 연구기지를 폭파시키고 그 힘을 추진력 삼아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멀리서 보면, 그리고 몇 겹의 시간이 쌓이면 거대하게 보이는 그 무엇, 오랜 시간 갈망해왔을 혹은 애증이었을 그 미지의 무언가가 실은 텅빈 것일 지도 모른다. 자신이 태어난 별을 찾아(Ad astra) 떠나왔던 여정 끝에서 우주 저 멀리 지구를 향해 떠나가는 로이의 우주선은 마치 여느 별과 다름없이 빛났다. 먼 곳을 찾아 헤매었지만 결국 찾고자 했던 건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일 지도.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를 공허하게 만들었던 그 마음, 그 근원에 있던 당신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더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


평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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