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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Apr 29. 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들이 희생을 부르는 방식을 찬양하는 영화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라는 이 영화에 우리가 이토록 기대감을 갖고 있는 건 오늘에 오기까지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려왔던 오랜 여정과 그들을 보며 함께 울고 웃으며 꿈과 희망을 바라왔던 우리들의 세월이라는 시간들이 함께 축적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할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히어로 무비 속의 23명의 캐릭터가 한 데 모여 이렇게 엄청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다루어야 할 캐릭터 수가 많은 만큼 각 인물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영화'라는 매체적인 한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한 캐릭터도 빠짐없이 그 존재감을 똑같이 안배하고 있음에 최선의 선택으로 최대한의 경지를 끌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전반적인 이야기는 타노스가 건틀렛을 이용해 자신의 대의를 이루기 위하여 세상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독차지하고자 하는데서 시작된다. 이때, 타노스가 이렇게 까지 행동하게 되는 나름의 이유 있는 동기와 그 대의가 갖는 정당성으로 인해 우리는 그를 마블 최고의 빌런으로 무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구해야 할 이웃이 없다면 스파이더맨도 필요하지 않죠.
출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인구의 절반을 전멸시키고자 하는 그의 대의.

사람들을 지켜내고 세상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어벤져스가 갖는 대의.

세상을 향한 사랑은 양 쪽 모두가 강렬하고 의지가 있으며 나름의 묵직한 가치를 지닌다. 한쪽이 분명히 틀렸다고 말할 수 없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차라리 그 두 입장을 나란히 맞서도록 하여 '세상을 지켜내는 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우선, 영화에서 타노스와 어벤져스 팀의 대립구도가 드러내는 '힘의 발현 양식'에 주목하자. 타노스가 세상을 지키고자 하는 방식은 한 명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쥐는 것이다. 반면 어벤져스 팀은 본래 힘을 차지한다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위협을 막아내는 방어적인 역할을 하며, 그리하여 여럿이 힘을 합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에 맞먹는 수준으로 그 능력치를 끌어올린다. 이들의 대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황폐화되어 버린 타이탄 행성에서 아이언맨과 닥터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그리고 가오갤 멤버 일부가 싸우는 장면인데 이 모습을 보면서 그 힘의 크기가 아주 막상막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전체적으로도 타노스는 혼자서 인피니티 스톤을 갖기 위해 곳곳을 활보하고 다니는 반면, 그곳에서 나누어져 대치하고 있는 어벤져스 팀들구성 또한 그 대립 양식을 잘 구분하여 보여주는 듯하다.


만약 운명이 내 편이 아니라면 어차피 잃을 것도 없잖아.
출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생각하는 '희생의 방식'의 차이 또한 분명해진다. 타노스가 이루고자 하는 대의를 위해서는 희생이 따른다. 바로 세상의 살아가는 인구의 절반을 없애버리는 것. 어벤져스의 대의 또한 희생을 수반한다. 어떠한 선택도 희생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는 희생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헤임달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조상들과 어둠의 힘을 빌어와 무지개다리를 내려준다. 타노스의 부하들이 인피니티 스톤을 찾으러 지구를 찾아왔을 때 어벤져스 팀은 망설이지 않고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며 자신들의 할 일을 해내간다. 또 어떤 이들은 세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사랑을 잠시 뒤로 미뤄두기도 하며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가모라는 자신이 위기에 처하면 자신을 대신 죽여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아무리 신이어도 그가 목도한 처참한 현실 앞에서 공포, 두려움, 슬픔 분노 그리고 죄책감으로 눈물을 훔치고, 그래도 이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별의 힘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고자 했던 토르가 있었다. 그루트는 토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팔을 잘라내는 선택을 기꺼이 해낸다. 마인드 스톤을 없애기 위해서 자비스 혼자만 죽으면 모두가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 명의 친구를 위해 와칸다에서 전투를 벌이고, 죽음을 무릅쓰고 방어막을 걷어내어 시간을 벌고자 하는 망설임 없는 팀의 결단력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죽음 앞에서 주저하는 순간에도 괜찮다고 연신 되뇌며 나의 고통보다 그녀의 아픔을 위로하는 자비스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이름이 헷갈릴 정도로 누가 누군지 잘 모르던 때에도 우리 팀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전투 중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면모를 보여주며 더 나아가 동료의 죽음을 외면하고서라도 타임 스톤을 무조건 지키겠다던 닥터 스트레인지 또한 결국에는 타임 스톤을 타노스에게 내어주고 아이언맨을 살리는 선택을 한다.

출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 대목에서 자막의 오류로 논란이 많다. 본래 해석으로 '이 마지막 단계야'라고 본다면 그가 본 1억 4000여 개의 미래 중 그들이 이길 수 있는 단 한 가지 미래의 한 과정이 타임 스톤을 뺏기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이는 단순히 그들이 이기기 위한 미래이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상컨대 첫째로, 그들이 이길 수 있는 시나리오에는 팀원을 희생시켜가며 스톤을 차지하고자 하는 미래는 전제되어 있지 않아야 함을 의미하고 뒤집어서 보자면 팀원을 버리는 행위로써는 어벤져스가 절대 이길 수 없음의 반증이기도 하다. 둘째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미래인 만큼 자신의 의지를 바꾸고 팀원을 살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그들의 미래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에는 이 한 가지 미래가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인 것이다.)


주위 사람들, 나의 사람들을 지켜내고 세상을 위해서 내 한 몸 바쳐 이루어내는 희생정신. 그들이 말하는 대의는 '선택'이 아니라 함께 하는 이들 '전부'였음을 그들이 싸워내는 방식으로 처절하게 설명한다.


괜찮아. 사랑해.
출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래서 결국 그 희생의 결과가 무엇이던가.

자신이 사랑하는 딸 가모라까지 죽음의 끝으로 내몰고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세상. 세상을 지켜냈지만 함께할 사랑하는 가족들이 없는 세상을 타노스는 그의 손끝에서 보았다.


세상을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희생시키는 자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자. 같은 대의를 두고도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우리가 맞이할 세상은 너무나 다르다.


스타로드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냉정함을 잃고 분노하다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다. 그토록 대담하게 싸우고 도전하던 스파이더맨은 죽음 앞에서 마음 아플 정도로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라진다. 그리하여 손짓 한 번에 먼지처럼 무작위로 죽음을 맞이한 그들. 때론 감정 때문에 빚어낸 실수들과 또, 그들에게 놓인 운명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 함은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우리와 그들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드는 그 죽음의 끝은 우리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우리를 비롯해 그들도 모두 실패가 두렵고, 무섭고, 슬프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똑같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이 히어로들을 사랑해왔는가.


히어로들이 싸우는 장면들 만큼이나 우리들을 설레게 했던 건 각 캐릭터들이 만나고 함께 등장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하여, 우리는 히어로라는 이름만으로 그들을 동경해온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무차별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가를 실감하게 하고, 그렇기에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어벤져스의 강력한 무기이자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그 처음의 자리에 서서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왜 이토록 그들을 기다려왔는가.

우리는 한 명의 히어로를 바라는가. 아니면

함께 상생하고 협력하는 그 사람들의 도전을 기다리는가.


평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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