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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Apr 03. 2018

<내일을 위한 시간>

오늘이 아닌 내일을 보게 하는 영화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출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우울증이라는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일을 쉬었던 산드라. 복직을 앞두고 동료 줄리엣은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00만원 가량의 보너스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산드라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 투표를 했고, 그 투표로 인해 산드라가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투표과정에서 반장이 직원들에게 '당신들이 퇴사당할 수도 있다'라는 식의 외압을 가했음을 이유로 산드라에게 재투표의 기회가 찾아온다. 월요일에 있을 재투표를 위하여 그녀는 토요일과 일요일 동안 16명의 직원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자 한다.


사실 이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마저도 배경음악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허전한 것 같기도 하지만 온전히 산드라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어서 어느 순간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다. 특히 자신을 처음부터 지지해준 2명의 동료를 제외한 14명의 직원들을 한 명씩 찾아가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면서 2:1에서 2:2 그러다 다시 3:2. 이런 식으로 내 편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상당히 긴장감 있게 다가온다.


산드라가 사람들을 찾아가는 데에는 일자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과 불안함이 동반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현존하는 일자리와 실업 문제 등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바라본다면 단순히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바라보기엔 큰 오산일 것이다.

출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우선 산드라가 그들을 만나러 가야 할 때 그녀의 행동이 인상 깊었고 또 공감이 많이 갔다. 똑같은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그들에게 '나 좀 도와줘. 제발 부탁이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캐릭터도 있을 텐데 그녀는 조금 다르다. 분명 그녀의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간절한데도 지레 겁먹어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거나 그들을 설득하러 가는 자신의 모습이 거지처럼 보일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보너스를 얻거나 산드라의 복직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산드라 본인이 아닌 회사 사장이 만들어낸 것임에도, 오히려 그들의 선택으로 버림받아 상처받은 건 자기 자신임에도 그들이 자기 때문에 싸우고 부담스러워하는 걸 보기 힘들어한다.


산드라는 우울증으로부터 회복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심리적 불안이 얼마나 사람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할 만큼 한 사람을 압도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닥쳐온 재앙 같은 상황에서 당당하게 항의하고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음에도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또 그들에게 자신이 악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가 얼마나 심적으로 약해져 있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 또한 그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고 떠올려볼 수 있다면, 그 사실로부터 우리 또한 그녀만큼 얼마나 약해져 있는가를 몸소 느끼게 한다.


산드라의 행동에 대해서는 엄마의 역할에 있어서도 감명 깊었다. 엄마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보면 겉으로는 강인해 보였지만 엄마도 결국엔 '사람'이기에 힘든 역경이 어찌 없었겠나 싶다. 그런 심정적인 혼란을 잠재우고 나의 아이들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늘 그랬듯이 아이들의 침대 이불을 정리해주는 산드라. 내 기억 속 엄마는 항상 같은 모습이었다는 사실에서 말하지 않았던, 드러내 보이지 않았던 상처들이 존재했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하고 비로소 이 세상 모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출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우리 개인은 다 본인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간절한 순간에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내가 간절한 만큼 다른 이들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우린 가끔 잊고 살아가지만 세상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음을 생각해보는 것. 그래서 나의 행동이 다른 이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산드라가 찾아간 직원들의 대부분이 되묻는 질문은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보너스를 포기했어?'


처음에는 산드라의 복직을 결정할 나머지 동료들이 괜히 산드라보다 강자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선택을 고민하는 그들 또한 각자가 각기 다른 이유로 똑같이 힘없는 개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우리는 단지 산드라의 뒤를 따라다녔을 뿐, 카메라가 보여주지 않은 다른 이의 삶 또한 충분히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산드라를 택하지 않은 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산드라를 택한 8명의 직원들이 대단하다. 그 돈만 있으면 조금 더 생활이 여유로워질 수 있음에도, 내가 힘들더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를 위한 선택을 해줄 수 있다는 건 나를 넘어서서 다른 이의 삶까지 들여다보려 하는 관심, 따뜻한 마음이자 연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산드라를 보면 매번 직원들이 내리는 선택에 따라 그녀의 기분이 시시때때로 바뀐다. 자신을 선택해주는 이들의 대답을 듣고 희망을 보다가도 그렇지 않을 때는 낙담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았던 적이 있는데, 직원들 중 산드라의 방문 이후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여자가 찾아온 이후부터였다. 내 존재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민폐가 되리라 생각하고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회의감에 빠져드는 순간 나처럼 힘든 순간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의지하며 나로 인해 누군가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녀는 확신하진 않지만 이 힘든 순간을 나 혼자서 동떨어져서 걷고 있는 게 아니구나,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으리라. 그리고 이로써 왠지 모른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출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마지막 8:8의 결과는 모든 걸 체념하고 싶었던 그녀에게 최선의 선방이었다. 16명 중 딱 반으로 나뉜 표수가 증명해 보이듯 우리 삶에서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 때 딱 그 절반만큼 내 편이 있다는 것, 이 절반의 희망이 아직 있음에도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모든 일에 분명하고 확실한 희망이란 없다. 희망이 적어서 포기하는 것도, 희망이 위기에 비해 승산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딱 절반. 그 위기에 맞서 견줄만한 딱 절반의 희망이 있다는 것에 우리는 다시 움직일 의지를 찾는다.

출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그녀의 며칠 간의 험난한 삶을 1시간 30분여간만 지켜봐도 그녀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봐 그리고 경제적인 사정으로 얼마나 불안해하는지가 보인다. 이들은 오로지 오늘만 보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절망이 있어도 어딘가에 헤쳐나갈 희망은 분명히 존재함을 알게 되었기에 이제 이 시간들을 통해

지난 과거와,

현재의 상처를 치유하고 내일을 향해 걸어간다.


평점: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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