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행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행복하기로 했다

by 컴피아워 스튜디오


기쁘다, 행복하다. 사랑스럽고 따듯하다. 그러한 단어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하듯 존재하면 좋겠다. 하지만 고민 많고, 불안하고, 서글픈 감정이 주를 이루는 사람들도 있고, 나는 줄곧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언제나 커다란 걱정거리 하나는 당연하다는 듯 등에 짊어지고 걸었고, 잠시 쉬어갈 때조차 나는 그 짐을 내려놓지 못해 제대로 걷지도, 쉬지도 못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린 사람은 많이 모른다. 많이 겪어보지 않아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나이 많은 사람의 반응에 비추어 행동할 수밖에 없는데, 그 나이 많은 사람도 처음인 것이 많은지라, 같이 처음이라, 어린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이 그냥 같이 손잡고 힘들 뿐인 나날들이 많았다. 그런 날들에 익숙해져서일까, 고민하나 없어도 되는 날도 늘 불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나는 불안한 일상을 벗어나 행복하고 싶었다. 외부의 요인들을 바꿀 수 없다면 내 안에서라도 그러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자신을 성찰하고 들여다봐도 행복 비슷한 것도 찾기가 어려웠다. 행복의 모양새도, 느낌도 잘 몰라서였을까, 결국 어린 내가 꿈꾸게 된 행복은 그 당시의 내게 기적 비슷한 무언가가 일어나야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괜찮아질 나의 일상. 그러한 행복. 조금씩 변해가며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듯한 삶이 내가 그리던 행복이었다.


당연히 얻을 수 없는 행복이었다. 행복하고 싶었지만 행복할 수가 없었고, 주변을 둘러보면 감정의 분배에도 부익부 빈익빈은 존재하는지, 늘 행복한 사람만 더 행복해 보였다.


나는 점점 더 나의 기적에서 멀어져만 갔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고, 좁아진 시선으로 늘 눈앞에 있는 것들로 인해 흔들렸다. 어떻게든 행복으로 방향을 틀어봐야 하는데,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자신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았다. 좁아진 나의 시선만큼 나는 마음도 작은 사람이 되어갔다.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을 때 우리는 '걱정하지 마', 혹은 '고민하지 마'라는 말은 건네고는 한다. 하지만 그러한 말들은 이미 걱정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을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만 소용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조차 하지 말라니,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란 말인가?라고 한없이 작아진 사람은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아진 마음의 그릇은 많은 것을 그 안에 담지 못했다. 그래서 건네진 위로의 말을 가슴에 담는 것보다, 뾰족한 현실의 단어들을 읊으며 그것을 튕겨내는 게 일순간이나마 더 속 시원했다. 그리고 옹졸해진 마음은 자신이 가장 자주 했었기에 가장 편히 할 수 있는 행동들을 골라하기 바빴다. 숨 쉬는 것처럼 잘할 수 있는 '걱정하기', '불안해하기', '고민하기'... 등등.


작아진 마음을 안고 땅바닥을 쳐다보면서 불현듯 '기쁘기', '행복하기', '사랑스럽고 따듯하기'는 할 수 없었다. 습관화된 감정은 쉽게 바뀌지 않아, 오랜 시간 또 그만큼 마음 졸이며 살았다. 그리고 어느 날 돌아보니 나는 잔뜩 졸여진 어른이 되어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 탓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후회에서 오는 건 또 여러 부정적인 감정뿐이었고 그런 마음은 행복을 향해 방향을 트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쁘고 행복해지려면 뭘 해야 하는지 몰랐고, 습관화된 감정에 밀려 그 빛과 온기가 내 안에 자리할 틈이 없었다. 행복은 저 멀리 있는데, 가는 길을 몰랐다. 도저히 저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막연히 그리는 행복은 영원히 나의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운 여름날에 갑자기 찬바람이 불듯 마음의 변화가 일었다. 어느 한순간 툭, 하고 많은 감정들이 가슴에서 끊겨 바람에 뒹굴어 사라졌다. 내가 그리던 행복과, 메마른 감정에 그나마 날 열 오르게 했던 원망이 동시에 끊겨 나갔다. 그렇게 열심히 지고 왔는데, 이 무거운 마음 때문에 하늘을 한번 날아볼 생각조차 못하고 기듯이 걸어왔는데. 허무가 나를 덮쳤다.


공허하게 편한 시기였다. 이상적인 행복을 놓게 되며 한 가지 마음 편했던 것은, 더 이상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왜 가지고 있지 않냐며 탓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원망이 끊겨나가며 한 가지 마음 편했던 것은, 더 이상 삶이 왜 이런 것인지에 대해 탓할 것이 없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더 멀리 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충만해지지도 않았기에, 한없이 마음이 가볍고도 허탈 한때였다.


하지만 가을처럼 그런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닿을 수 없는 행복은 시야에서 내려놓았지만, 나는 곧 또다시 행복하고 싶었다. 나는 또 다른 행복을 찾고자 다시 주변을 둘러보고, 혹시라도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을까 또다시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별게 없었다. 나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다 내가 아는 뻔한 감정들의 껍데기뿐, 여전히 행복은 없었다. 다시금 행복을 갈구하니 자연스레 원망도 따라왔다.


그런 마음의 가난함에 괴로워하던 어느 날, 나는 정말 다 귀찮고 다 서글퍼져서, 나는 나의 불안함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미련스러움을,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 모든 것들을, 다 '행복'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러면 나는 '행복'했다. 펑펑 울면서도 행복했다. 불안함과 걱정에 잠 못 이루고 한 발자국 움직이질 못하면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불행한 것들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말장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별것 아닌 것들을 하며 행복하다고 되뇌던 나는, 행복의 정반대 편에 서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던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멀리 보며 걷고 있었다. 적어도 원망은 이제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행복했으니까. 쳇바퀴 돌듯 돌던 길 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향을 틀어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칭찬할 일 하나가 있다면, 그 어느 날 방향을 틀었다는 것 하나. 지금 그저 행복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서, 평생 손 닿지 않을 것만 같았던 단어를 얻었다는 것 또 하나. 내가 튼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것도. 칭찬할 일이 많네.


나는 늘 행복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날들에 너무 많이 지쳤다. 그래서 그냥 행복하다고 믿기로 했다.


조목조목 행복과 불행의 요소들을 따지지 않고, 이유불문 행복하기로 했다.



Be Happy.png Be Happy © TUW 튜



언젠가는, 이 아니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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