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금 사랑한다고 말한다
유독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날이 있겠다. 유독 몸과 마음이 피곤하여 옹색해지는 날이 있겠다. 몸은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삐그덕 대기 시작하는데, 마음은 마치 사춘기의 그날들처럼 어수선한 그런 날.
바쁘고 정신없는 일과를 마친 날 보다, 실컷 쉬고 난 휴일의 끝에 그런 날은 더 마음이 힘들다. 하루 쉰 게 마치 죄라도 되는 것처럼. 죄를 지었으니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후회한다는 것. 내가 어찌할 수 없던 것들과, 내가 어찌할 수 있음에도 머뭇거렸던 것들. 그리고 곱씹어도 소용없는 것들. 죄에 죄를 더하는 것 같은 후회라는 것. 어떤 날은 멈출 수 없는 슬픔 같은 것.
속절없는 세월. 나이 들어가는 나의 어른들과, 그 어른들의 어른들. 내가 차마 헤아리지 못하는 것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이해할 틈도 없이 또 그 삶을 파고 들어오는 어린 생명들. 그리고 거쳤으나 기억하지 못함에 미안한 것들.
지켜야 하는 것들. 앞뒤로 지켜야 하는 것들. 나. 지켜야 하는 나. 나는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에, 다시 사랑할 준비를 하는 나.
유독 힘든 날, 그래도 어른이라, 내 주위의 모든 것을 한번 더 보듬는다. 방울방울 차가운 비가 내리는 날에도, 따뜻한 것을 찾아내고야 만다. 달달하지만은 않은 그 무언가는 또 그만큼 애달프고 소중하지 않던가. 안타깝고, 쓰라렸고, 쓸쓸했고, 처절했고. 눈물 났고, 다 끌어안았다가, 다 내다 버렸다가. 모든 눈물이 다 말랐다가, 다시금 채워져 또 한마음 가득 눌러 담고.
그래도 정 붙여 살아왔지 않았던가,라고 돌아볼 수 있는 사랑의 베테랑인 나는, 유독 힘든 날, 그래도 한번 더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어른이라.
굳이 그렇게 계속 확인해야만 하는 어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