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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개미 Nov 30. 2022

생리통과 맞바꾼 것들

매달 찾아오는 마법의 기간,

하루에 몇 알씩 입안에 털어 넣던 진통제도

나의 고통을 줄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출산을 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생리통이 거의 사라졌다.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진통제 없이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생리통과 맞바꾼 여러 옵션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대충 적어 보자면…


• 꼬리뼈 통증 (출산 후 약 8개월간 지속됨)

• 콕콕 쑤시는 배란통 (월 1~2회)

• 무릎과 발목에서 나는 뚜두둑 소리 (수시)

• 엉덩이 시림 (수시, 주로 비 오는 날)

• 이빨 시림 (겨울엔 웃을 수 없음)


어릴 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아픈 데 없이 아픈 상태’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이제 와 고백하자면 아기를 낳고 너무나 변해버린 몸 상태 때문에 아주 잠시 동안 울적했던 적이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처럼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 같았으니까. 아이를 낳고 나니 내 몸은 더 이상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아니었다.


시무룩해 있는 나를 보며 친구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네 몸으로 사.람.을.만.들.었.는.데 너무 멀쩡해도 좀 이상한 거 아닐까?”

아이를 낳고 잃은 게 너무 많은 것 같았는데 ‘사람을 만들었다’는 친구 말을 듣고 나니 내가 한 일이 대단하게 느껴져서 내 자신이 좀 멋져 보이기 시작했다. :D




※ 초보 엄마 공감 에세이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에 수록된 글, 그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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