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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개미 Jan 24. 2024

일터의 숨은 조력자들

뒤에서도 묵묵하게,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하는 마음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


사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오랜 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을 다룬 강연이었는데, 그 비결은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한 평가방식의 변화였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던 직원들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닌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이는 서로의 성장을 '돕는 문화'로 바뀌는 계기가 된다.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하는 조직 문화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10배 이상 성장하며 1위를 재탈환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의 성공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부서가 있다면 아마도 총무팀 일 것이다. 총무팀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교육담당자인 나 역시 도움을 많이 받는다. 교육을 준비할 때 회의실을 예약하는 것에서부터 빔프로젝터, 마이크처럼 필요한 각종 장비들은 총무팀을 통해 대여하고, 교육 도중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 역시 총무의 도움 없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업무적으로 도움받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고, 그들의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회사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총무팀에 물어보라"라고 할 정도로 총무의 업무영역은 꽤 넓다. 사무실의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 각종 비품과 소모품 등 유/무형자산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포함된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노트북과 필요한 물품을 대여하는 것, 우편물과 택배를 수령하고 부서별로 나누는 일, 사내카페에서 음료를 제조하고 사무실의 화초를 관리하는 것도 모두 총무의 영역이다. 회사에서 당연하게 제공된다 여겨온 모든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인 것이다.


당연한 것에 고마운 마음을 갖기는 어렵지만, 조금 덜 충족되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무례해지는 것 같다. 최근 사내카페에서 일하던 직원이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평소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유난히 커피가 맛이 없다는 이유로, 음료가 밀려 조금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생글생글 미소 짓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처를 준 것은 다름 아닌 직원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정직원 아니죠? 알바예요?"라고 하거나, "이 일 하면 얼마나 벌어요?"라는 질문도 서슴지 않는다고. 나는 우리 직원들의 무례함에는 교육담당자인 내 책임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나는 일터에서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만일 오늘의 내가 나의 일을 아무런 불편함 없이 해냈다면, 그건 분명 누군가는 뒤에서 조용히 애를 쓴 덕분다. 복사기에 채워진 A4용지, 아침이면 말끔히 비워진 휴지통이 바로 그 증거다. 부디 보이지 않는 이런 마음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고맙게 여겼으면. 그것도 어렵다면 그저 함께 일하는 동료의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내가 나의 일을 잘해서 빛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에서도 묵묵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하는 일이고, 성공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글, 그림: 김세경

낮에는 인사부서의 교육담당자로 일하고 퇴근 후 그림일기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 공황장애 에세이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의 저자

인스타: @sammyk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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