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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밀도 Dec 17. 2023

오피스 빌런의 괴물화는 시작되었다.

feat. 스위트홈 오피스 버전

욕망으로 인해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들.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드라마 스위트홈의 이야기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괴물화’라고 명칭 한다. 이 괴물화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각자의 가장 강한 욕망에 따라 외형이 바뀌고, 욕망의 대한 집착이 극대화된다. 마치 그 방법만이 옳은 것처럼 끊임없이 같은 행동양식으로 살아가므로 인간과 공존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너무 드라마에 몰입했을까? 주말 동안 판타지 이야기로 깊이 빠져들었다가 출근을 하니 이미 이 사무실은 오래전부터 괴물화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감지했다. 괴물이 그득한 사무실 디스토피아에서 ‘신입 시절의 마음가짐과 상식적 태도를 잊지 않으려는' 몬스터 휴먼들은 곳곳에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스위트오피스 속으로….


괴물화로 초토화된 사무실 안. 저마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했기에 사무실은 분주하다.

입사하고 20년 동안 뒷담화에 집착하다 괴물화가 진행된 A는 메신저 없이는 사무실에서 견딜 수 없다. 출근과 동시에 “그거 들었어?”라며 가십, 시시콜콜한 상사 뒷담화로 하루를 채운다. A는 사람 자신의 뒤쪽으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후다닥 다른 워드파일을 띄운다.

A의 뒤를 지나간 사람은 B. 어제도 친한 회사동료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셔 컨디션이 좋지 않다. B는 회사 돈으로 술, 밥 먹는 것에 집착한다. B는 이 괴물화로 가끔 이득을 보기도 한다. 술 한잔을 공짜로 먹기 위해 상사에게 살갑게 군다.

외로운 C부장은 유독 B의 편의를 많이 봐준다. 일을 못해도 기러기 C부장이 외롭지 않게 언제든 술친구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C부장은 곤란한 일을 피하느라 일 시키기 좋은 D에게만 부서의 많은 일을 오더 한다.
 사람들이 부당함을 호소해도 면담기간에는 휴가를 쓰고 회피하면 될 일이다.

아직 책임감을 잃지 않고 상식적으로 사려고 애를 쓰는 D는 오늘도 보고서를 열심히 쓰고 있다. C는 B와 일찍 회식을 하러 나가며 D에게 한마디를 한다. “D 사람이 좋아. 착해~ 내일 봐요.”


그렇게 변해버린 그들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그들은 이 일자리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가? 가끔 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러했다는 사람은 없다. 각자의 계기가 되는 사건으로, 어떤 욕망으로 그렇게 조금씩 변해버린 것이다. 성실하게 정도를 걸으면 일했지만, 부장님의 술친구인 동료가 더 승승장구를 하는 것을 오랜 시간 봐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회사와 자신이 같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괴물화는 전염성이 강하다. 괴물화가 이미 진행된 한 사람이 파트, 부서 전체의 분위기를 흐린다. 새로운 한 사람이 부서의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많은 직장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부서 또한 최근 항상 불평으로 가득 차 있는 몬스터가 새로 우리 부서에 오자 어느덧 너도 나도 자신의 일이 가장 힘들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스위트홈에서도 괴물이 되었지만 과거 인간다운 모습을 잊지 않으려 하는 주인공이 있다. 밥벌이는 고되다. 고되기 때문에 나름의 분출 방법들이 필요하고, 그것은 어느새 습관으로 고착된다. 오피스 빌런의 괴물화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하지만, 거의 멸망한 것만 같은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잊지 않으려 애쓰며 괴물화를 조절하는 주인공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인간다움’만은 절대로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인간다움을 포기한 오피스 빌런의 괴물화가 속성으로 진행되기도 하니까.(이럴 때 가장 위험 괴물인 레드 등급이 많이 등장한다.) 괴물화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인간애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직장인들을 응원한다. 때로는 그들을 구해주고 싶다.


아, 판타지는 얼마나 사실적인가? 오늘도 스위트홈을 떠올리며 나도 감염자(괴물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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