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스러운 맛은 그냥 '맛있는 맛'
나의 첫 브런치 매거진 '입맛을 다시다'는 괜한 반항 심리에서 출발선에 섰다.
몇 년 전부터 이 먹보의 나라 한국에는 온갖 음식 콘텐츠가 쏟아졌다. 식당에서든 집에서든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소개됐지만, 음식을 먹은 후 나오는 말은 오직 하나였다.
"화학조미료를 하나도 쓰지 않은, 엄마가 해준 집밥 맛이에요."
1편 <부담스럽지 않은 떡국의 참맛>에서 슬쩍 언급했듯이 우리 엄마 요리 비법의 핵심은 화학조미료, 그것도 쇠고기 다시다다. 엄마는 대놓고 다시다를 애용하는 사람이다. 그런 엄마의 집밥을 먹고 자란 나는 '집밥'스러운 맛은 그냥 '맛있는 맛'으로 받아들였다. 조미료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 엄마가 유독 쇠고기 다시다와 미원을 많이 쓴 엄마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집밥이란 단어가 가지는 그놈의 향수와, 집밥에 장인 정신을 부여해 세상 많은 엄마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집밥을 소재로, 상상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다시다(조미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무튼 우리 엄마는 자식들이 어릴 때도 계속 조미료를 써왔다. 예전에는 미원을 많이 썼다가, 텁텁하기도 해서 감칠맛이 더 좋은 쇠고기 다시다를 점점 더 많이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미료는 어디까지나 컵라면의 '별첨' 수프 같은 역할. 워낙에 간을 잘 맞춰서, 이제는 다시다 없이도 모든 요리가 맛있는 편이다.
그런 엄마의 새로운 별첨 수프가 생겼다. 바로 비비고 사골 육수다. 이 새로운 다시다의 등장은 내 동생으로부터 비롯됐다. 나야 요리를 워낙 귀찮아하지만, 내 동생은 요리하는 게 취미다. 가끔 뚝딱, 뚝딱 저녁상을 차려주기도 하는데, 엄마가 부재중이라면 주방 담당은 영락없이 동생에게로 넘어간다. 그런데 동생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맛을 잘 못 낸다. 요리가 취미인 사람에게는 아주 치명타다.
새로운 별첨 수프의 탄생은 엄마가 없던 날이었다. 그날의 메뉴는 된장찌개. 엄마는 평소에도 '된장찌개는 된장만 맛있으면 끝'이라 표현한다. 그런데 동생은 맛있는 된장을 갖고도 자신이 없어 우연히 냉장고에 있던 비비고 사골 육수를 베이스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역사적인 비비고 사골육수 된장찌개가 우리 집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원래 엄마의 된장찌개는 다싯물과 다시다로 맛을 낸다. 멸치와 다시마로 미리 끓여둔 다싯물을 식혀뒀다가 육수로 사용하면서 간을 맞출 때 다시다를 넣으면 된장 향 뒤로 깊은 끝 맛이 올라온다. 이 다싯물도 미리 만들어 두지 않으면 귀찮은 재료 중 하나인데, 비비고 사골 육수가 이 역할을 훌륭히 대신한다.
비비고 사골 육수로 된장찌개를 끓이면 다른 조미료 없이 된장과 고춧가루만 넣어도, 고깃집에서 차돌박이 넣고 끓인 된장찌개처럼 깊은 맛이 난다. 고기 육수의 깊은 맛 덕분인지 된장 특유의 구수한 향마저 한껏 살려주는 편이다. 한편으론 느끼한 고기 기름 맛은 나지 않는 아주 깔끔한 매력도 돋보인다.
이 된장찌개를 맛본 아빠와 나는 저마다의 기준으로 대호평을 쏟아냈다.
"우리 딸 된장찌개 장사해도 되겠다."
동생 요리에 칭찬보다 조언을 더 많이 하는 나도 이날만은 칭찬으로 입을 뗐다.
"뭐로 만들었어? 된장찌개만 100년 끓인 장인이 만든 맛이야."
우리의 대호평에 모임에서 식사를 하고 온 엄마도 된장찌개를 맛보더니, 고기가 안 들어가는 모든 찌개와 국에 이 비비고 사골육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엄마 입맛에도 '합격'이었다.
더 자세한 엄마의 된장찌개 만드는 법
- 4인 가족의 1 전골냄비 기준
- 재료 : 진미식품의 잘되는맛집된장, 비비고 사골 육수
01 육수를 끓인 후 육수 내는 데 사용한 재료를 건져낸다.
- 비비고 사골 육수 버전 : 비비고 사골 육수 1팩과 물을 1:1로 섞어 끓인다.
- 다싯물 버전 : 멸치와 다시마 적당량을 넣고 육수를 끓인다.
02 육수에 된장을 풀어 준다.
03 두부, 호박, 버섯, 대파, 청양고추 다진 것 등 넣고 싶은 된장찌개 재료를 한 번에 넣는다.
04 된장만으로 간이 되기 때문에 다진 마늘 조금, 고춧가루, 쇠고기 다시다로 약간만 맛을 내준다.
비비고 사골 육수를 사용할 경우 다시다는 넣지 않아도 된다.
조개나 소고기 없는 미역국, 그냥 냉동 만두로 만드는 만두전골, 슈퍼에서 사 온 두부만 넣고 두부전골을 끓일 때도 비비고 사골 육수만 있으면 일류 한식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맛이다. 이 육수를 끓여 소면과 수육 몇 점을 넣으면 손쉽게 제주도 고기국수 느낌도 낼 수 있다.
그렇게 이 별첨 수프는 동생을 넘어 엄마와 나의 비법 재료가 됐다. 하지만 2020년 현재까지도 아빠는 여전히 이 특별한 별첨 수프의 정체를 모른다. 비비고 사골 육수로 끓인 미역국을 주면서 쌀뜨물로만 끓였다고 하면, 감탄의 감탄이 이어진다.
"조개나 소고기도 안 넣고 어떻게 이런 맛이 나?"
밥까지 말아 후루룩 순식간에 다 드시고는,
"당신이 이러니까 애들이 살을 못 빼지!"
음식과 가족 이야기에서 너무 작위적인 표현이지만, 우리 엄마는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 그 맛을 꾸리기 위해 매일 엄마의 정성을 별첨 수프로 삼아 오늘의 집밥을 만들겠지.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일까.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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