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에 해도 되는 일, 하면 안되는 일
‘얼마나 일하셨어요?’
라는 질문에 잠시 기억을 더듬어야하는 시기가 됐을 때부터 몇 해 일해왔다고 말하기 보다는 바뀐 정권의 수로 말해왔다. 그것이 내가 피부로 느껴온, 시대와 시간과 시선의 변화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이 된다.
가난하고 배고프고 두렵고 막막하기만 하던 학생시절의 긴 터널을 마치고 사회인이 된 후, 네번째 대통령을 보고 있다. 처음 그 터널을 빠져나올 때는 미처 몰랐다. 다음 터널은 훨씬 더 길고 힘들다는 것을.
숭례문이 불타는 것을 보며 새벽밥을 먹던 날, 화마로 무너져내리는 숭례문의 현각에서 앞으로 닥쳐올 무지막지한 삶의 무게가 소리없이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때로 누군가의 이력서를 리뷰도 해주고 바로잡아주기도 하며 그렇게 네번째 대통령의 정권 아래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연차의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면서, 이력서에 해서는 안되는 일과 해도 되는 일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여러차례 느끼며 놀랄 때가 많았다. 심지어 경력이 10년 이상인 경우에서 조차도 이력서에서만큼은 쌀알만한 융통성이나 유머감각을 발휘할 엄두를 내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아왔다.
어쩌면 내게는 수차례의 이직을 가능케한 영업비밀일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없던 시절 정말 아무도 손내밀어 주지않고 아이디어를 강탈하고, 따돌리며 더 젊었던 나의 열정을 뜯어만 먹으려던 사람들 속에서 묵묵히 스스로에게 한 약속.
언젠가 내가 선배가 되면 저렇게하지 않겠다는 그 약속을 위해 내가 온몸으로 겪으며 깨달은 이력서에 해도 되는 일,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정리해본다.
1. 이력서에 해도 되는 일
#. 센스와 유드리
직장생활의 8할은 바로 센스와 유드리 아닐까?
이력서는 나의 문서작성 능력에 대한 첫인상이다.자체 채용 플랫폼으로 지원을 받는 회사의 경우 제외지만 자유양식 이력서를 제출할 경우, 이력서 양식을 대부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력서에 반드시 들어가야하는 인적사항과 경력사항들을 제외하고 나를 더 드러낼 수 있는 항목을 넣거나 전체적 레이아웃을 커스터마이징은 해도 된다.
여성이라면, 이력서에 병역사항 칸에 해당없음을 쓰는 것보다 (물론 ROTC나 다른 직업군인의 경로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여성이라면 예외), 그 칸을 활용하여 한달 평균 독서량이나 문화생활 빈도 수 등,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정보로 대체해보자.
또한, 내가 쓰고 싶은 직무 경력을 다 적기에 작성 칸이 작으면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칸을 늘리고 문서의 여백 등을 조절하여 공간을 마련하자. 물론 이 때는 과연 내가 작성하는 내용이 현학적 요소없이 깔끔하게 잘 작성되었는지부터 살피자. 읽는 이에게 피로감을 줄 내용을 위해 작성공간을 늘리면 오히려 역효과니까.
대부분의 이력서에 들어가는 항목 중 하나인 '오피스 프로그램 활용능력 수준'에 최상 또는 상급이라고 적었다면, 보기 좋고 잘 다듬어졌으며 나를 잘 보여줄 정보로만 커스텀 된 이력서 - 문서 자체의 퀄리티로 증명해보이자.
2. 이력서에 해서는 안되는 일
#. 암쏘쏘리 벗알라뷰~ 다 거짓말..은 노래방에서 할 것
해서는 안되는 일의 1번도, 2번도, 3번도 다 같은 것.
거짓말 하면 안된다.
다 밝혀진다. 설령 누구도 이력서의 기재 사실이 거짓인것을 몰랐더라도 같이 일하다보면 다 알게 된다.
'어? 얘 좀 이상한데..?'
이 얘기가 한번 동료의 마음에서 흘러 나오면 심증이 생기고, 심증이 여러차례 굳어지면 '어? 얘 좀 이상한데..?'를 증명할만한 여러 현상들이 불시에, 수시로 발견되기 시작한다.
그럼 결국,
'어? 얘 좀 이상한데..?'에서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과거 근무한 회사의 근무 기간, 직무 상세, 퇴사 사유 - 이 세가지 거짓말은 정말 말 그대로 '한방에 훅가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들통날 확률 매우 높고, 들통이 안나더라도 일의 자세에서 어차피 다 드러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의심하고, 파악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의 문제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나를 꾸미게 되고, 숨기게 되고, 또 때론 부풀리게 되어 결국 나에 대한 신뢰감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첩경이 된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보여주기 위해 거짓말하고 싶은 욕망은 구직자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직의 비탈길을 먼저 건너온 사람으로써 해주고 싶은 말은, 거짓말은 구직이라는 비탈길을 절벽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렵겠지만, 피하고 싶겠지만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솔함을 담아 써내려가야만이 글자 뒤에 담긴 진심이 보인다.
평생 이력서를 써야하는 지금의 세대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솔직함일 수 있다. 솔직해야만이 도움도 받고, 줄수도 있으며 또 당당할 수 있다.
기회라는 바람이 내 머리 끝을 스쳐지나갈 때, 그것을 직시하고 손을 뻗을 용기는 스스로에 대한 당당함에서 시작된다는 것.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