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팔, 내가 기초수급자로 살면서 정말 너무 힘든데 주민센터를 찾아갔더니 나보고 기다리래잖아…."
방송국 보도국에 있다 보면 자주 제보 전화를 받는다.
이메일, 카카오톡, 라인, 트위터, 페이스북, 심지어 인스타그램으로도 뉴스 제보를 할 수 있는 2020년대.
누가 유선 전화로 제보를 하나 싶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아직 (신기하게도) 전화라는 전통적인 제보 수단을 신뢰한다.
생각 외로 장난전화는 거의 없다. 그러나 소위 '얘기가 되는' 제보도 드물다.
그러니까 제보 전화를 거는 대부분은 진지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왜 이런 걸 제보하는지 모를 물음표만 둥둥 떠다니는 경우가, 장담하는데 90% 이상이다.
"그러니까 선생님 이야기하시고 싶은 게 뭔데요?"
"내가 말이야 아가씨, 기초생활 수급자로 벌써 10년이 넘게 살고 있어."
"(아가씨라니...)네 그런데 주민센터를 가셨다면서요."
"내가 30년 전인 1982년에 다리를 크게 다쳤어. 녹번동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떨어졌는데 그 때 나간 관절이 아직도 돌아오지가 않아서…."
여기까지 듣다 보면 다음에 어떤 흐름의 대화가 이어질 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 때 오야지 하던 형님이 그나마 돈 조금 쥐어주어서 병원에는 한두 번 갔는데 관절까진 못 잡아냈단 말야, 그 때 뼈는 낫게 해준다고 형님이 괴기 넣은 소 뼛국도 챙겨먹고 쐬주랑... 형님들이 되게 좋았어. 그런데 지금은 연락되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내가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할 때가 국가밖에 없잖아? 그리고 내가 말야, 그냥 국가가 이렇게 취급하면 안 돼. 그 전에는 군대에도 갔었어 내가, 그때 나이가 20대였는데 XX사단에서 내가 정말 중요한 역할이었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