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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May 06. 2021

삽겹살이 먹고 싶어

어금니로 씹어내렸을 때 육즙이 좔좔 나오는 그것.



먹고 싶어




삽겹살이 먹고 싶다. 삼겹살을 구울 때마다 나는 노릿노릿한 꼬수운 냄새를 맡고 싶어. 불판에 올리면 치이익-하는 마찰음을 내며 투명한 기름을 죽죽 뱉는다. 불판은 지글지글 익어가고 물같은 기름이 온도에 달궈져 뚝뚝뚝 흐른다. 위에는 담백한 살코기로, 아래는 허연 지방으로 이뤄져있지만 노르스름하게 잘 구운 삼겹살의 지방은 조금은 투명하다. 맑은 느낌으로 구워져있는 모습. 마치 베이컨이 구워져있듯 겉면엔 그을린 갈색이 선명한 줄을 이루고 있다. 잘 구우면 그렇다. 


 일자로 자른 삼겹살을 상상해보자. 꼭 고기가 아니라 작은 스틱같다.


일직선으로 잘라 먹기 좋은 크기로 배열한 삼겹살들. 손가락 한 개 사이즈 정도되는 크기가 가장 좋다. 입에 넣었을 때 앞니부터 목구멍 초입까지 고기가 꽉 차는 느낌이 든다. 하얀 김을 뿜어대며 자신의 노릇함을 뽐내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 아니 씹고 싶다. 잘근잘근 씹어 삼키고 싶다. 한 점이라도 더 많이.



1) 숯불로 구워먹는 삼겹살 + 야외


친구들과 펜션 바베큐장에서 구워먹었다


먹고 싶어. 야외 바베큐장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은 더욱 각별한 맛이다. 굽는다기보다는 그릴 위에서 이리저리 휘휘 져으며 익혀먹는다. 숯을 타고 올라오는 불에 삼겹살은 그을려지고, 이 과정에서 불맛이 첨가된다. 은은하게 쌉사레한 맛이 돌면서도 좀 더 담백해지는 고기맛. 삼겹살의 투명한 기름이 숯으로 떨어져 불의 크기를 더욱 높이고, 점 점 더 빨리 익는다. 잠깐 방심하면 타버려. 잘 익은 달고나 색이 됐을 때 살짝만 더 익혀서 건져먹으면 돼.


고기집보다 훨씬 더 자욱하고 매캐한 연기. 그 연기를 마시다보면 후각이 둔해진다. 그 때 삼겹살의 기름 맛으로 미각을 환기시키자. 둔화된 후각을 뚫고 선명하게 느껴지는 고기맛. 야외에서 먹을 땐 쌈무, 쌈장, 깻잎, 상추, 등 친구들의 취향따라 다양한 곁들임 음식이 추가된다. 너무 바싹 익혀 탄 고기 맛이라도 야외에서 함께 먹으면 각별해. 저렴한 가격으로 모두의 추억을 사는 삼겹살. 먹고 싶어.



2) 정석 삼겹살


윗줄은 덜익었고 아랫줄은 다 익었네 


하지만 난 불맛이 가미된 삼겹살 보다는, 오리지널 구이맛 삼겹이 더 좋더라. 일단은 비계층이 너무 좋아. 기름 부분이 툼툼해야 돼. 그리고 촉촉해야 돼. 씹었을 때 어금니로 살코기 부분이 으깨지되 비계층은 부드럽게 녹아 갈려나가는 느낌. 그러니까 삽겹살은 통통할수록 좋다. 두툼할수록 내 어금니가 씹어 내리는 부분이 커지고,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육즙의 양도 많아진다. 샤오롱바오를 먹은 것 마냥 육즙이 흥건히 넘치는, 지방이 흥건하게 넘치는 삼겹살이 좋아. 혀에 기름이 눌러붙어 입이 눅진해지기 전에 따뜻한 고기를 계속 넣자.



3) 대패 삼겹


집에서 만들어먹은 삼겹 파채 소면, 깔끔한 맛이다 


대패 삼겹살은 어떨까. 뭐랄까, 어렸을 땐 적은 돈으로도 사먹을 수 있는 고기라 좋아했다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는 잘 찾지 않아. 돈이 있는데 굳이? 라는 느낌. 하지만 집에서 빠르게 구워 먹을 땐 대패가 편해. 콩나물이나 김치처럼 고추양념이 첨가된 반찬과 함께 먹는 건 개인적으로 불호. 짜고 매운 향이 고기 육즙의 고소한 향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팁이라면, 대패와 소면을 함께 먹는 방법이 있겠다.


대패삼겹의 맛을 극대화 하기 위한 빌드업!


대패 삼겹을 넉넉하게 구워 삶은 소면 위에 올린다. 소면 위에 쯔유 소스를 살짝 뿌려 심심한 맛을 달랜다. 노른자가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만 익은, 감동란 정도의 반숙란도 함께 올린다. 이렇게만 먹으면 조금 느끼하지. 식초와 간장으로 살짝만 양념을 한 파채도 함께 올린다. 여름과 어울리는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꼭 일본 요리 같다.



4) 가장 사랑하는 삼겹살

역삼 돝고기, 통파와 함께 구워주는게 각별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돌고돌아 툼툼 삽겹살. 추천해주고 싶은 맛집은 역삼에 있는 돝고기 삼겹살이다. 1인분에 17,000원이나 하는, 삼겹살스럽지 않은 가격. 주제 넘은 숫자에 "혹시 음식 가격에 임대료가 몽땅 포함된건가?" 싶기도 했지만, 한번 먹고나면 깨닫게 된다. 왜 방탄소년단이 여기에서 회식했는지 알겠다. 


모든 비싼 음식에는 이유가 있다. 


매운기가 신기하도록 빠진 통파와 상당히 부드러운 삼겹살, 손가락 1개 마디의 1/2정도 되는 두툼한 고기 두께.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 나는 앉아서 파채와 사이드 반찬의 간을 보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 집 삼겹살은 매우매우 부드럽다. 입을 벌리고 먹으면 고기즙이 입 밖으로 질질 흘러나올지도 모를 정도다. 살코기보다 비계층이 더 많아 구워진 지방 특유의 각별함이 있다. 부드럽고, 촉촉하고, 먹기 편하고, 향이 좋다. 중독되는 맛이다. 혀 미뢰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지방의 향은 잊을 수 없다. 자꾸만 더 씹고 싶게 만든다.


젓가랑 드러븐거 죄송


누구나 취향이 있다지만 나는 철저하다. 와사비와 소금쪽을 선호한다. 삼겹살은 원래 기름진 고기라 기름장은 당연 어울리지 않다. 쌈장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지만 쌈장의 강한 향이 고기를 덮어버리는 느낌이라 이것도 패스. 김치에 싸먹으면 그냥 김치향이 고기향을 이겨버려 이것도 탈락. 그러다 시도한 것은 연와사비와 소금이다. 소금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하지만 저 와사비는 정말정말 필수다.


와사비와 삼겹살을 함께 먹으면 누린내가 잡힌다. 와사비의 톡쏘는 알싸함이 잡내를 꾹 눌러주되, 고기향을 망치지 않는다. 또한 침에 녹아 없어지므로, 김치나 콩나물처럼 삼겹살의 식감과  충돌하지도 않는다. 삼겹살이 가진 고기 맛만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면 와사비를 시도해보시라.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코가 얼얼해지니까 반드시 자신의 강도를 찾을 것. 


무엇을 얹어먹고 싶나


먹고 싶다. 씹고 싶다. 기름진 삼겹살. 비계가 툼툼하게 붙어있는 삼겹살. 아랫니와 윗니 사이에 통통하게 자리잡은 삼겹살. 씹으면 육즙이 새어나와 입안에 수분이 채워진 듯 착각하게 만드는 삼겹살. 먹고나면 온 입이 매끈거릴 정도로 기름에 젖어버리되 결코 누리지 않은 건강한 삼겹살. 잘 익은 삼겹살. 적당한 와사비, 강하지 않은 소금과 함께 입안으로 쏘옥 넣고 싶다.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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