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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May 12. 2021

김치전이 먹고 싶어

얇고 바삭바삭한 전의 가장자리 부분 뜯어먹기



먹고 싶어


출처 choi chop chop


김치전이 먹고 싶다. 가장 자리가 바삭바삭하게 익은데다가 잘 익은 김치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전을 먹고 싶다. 이왕이면 가위, 칼로 자르지 않고 젓가락으로 죽죽 찢어먹고 싶다. 당연히 가장자리부터 공략해서 말이다. 한 눈에 보아도 씹으면 바삭거릴 것 같은 테두리부분, 그 부분만 예쁘게 젓가락으로 쫙쫙 찢어 간장에 살짝 찍은 다음 입으로 쏙 넣고 싶다. 씹을 때마다 배추김치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과자처럼 바스러지는 경쾌함이 함께 느껴지면 좋겠다. 양파조각도 같이 넣으면 더 좋겠다. 


가장자리는 바삭바삭, 중간부분은 반질반질. 윤기와 식감의 공존.


요리의 미덕은 '푸짐함'이라지만 김치전 두께 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너무 도톰하지 않고 오히려 얇았으면 좋겠다. 가운데가 두꺼우면 밀가루 반죽맛이 강해진다. 상상속 새콤짭쪼름한 김치전 맛이 아니게 된다. 겉면에 두른 반질반질한 기름이 잘 스밀 정도로 얇은 두께였으면 좋겠다. 



1) 미니 사이즈도 편하지만


출처 위키피디아


급식시간 김치전이 나오면 어딘가 1%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배식 편의성을 위해 한입 사이즈로 만들어지는데 찢어먹는 맛이 없다. 젓가락으로 들고 베어먹어야 했다. 바삭한 가장자리 식감과 부드러운 중간부분 식감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한 가지 식감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을 때는 좋지 않다. 그래도 김치전이 나오면 좋긴 했지만, 그냥 이왕이면 사이즈가 컸으면 더 좋았겠다. 젓가락으로 찢어먹고 싶다. 김치, 고추, 양파, 오징어 같은 고명도 넉넉하게 들어있었으면.


가끔은 참치 김치전이 나오기도 했다. 오징어 고명 대신 참치를 넣어 만드는 것인데 고소하고 짭쪼름한 맛이 배가 된다. 참치의 퍼석거리는 식감이 전 특유의 부드럽게 으깨지는 식감에 보호받아 텁텁하지 않다. 가장자리는 어떤 고명을 첨가하던간에 무조건 바삭해야 한다. 그건 절대 바뀌지 않는 김치전 제1법칙이다. 참치 기름이 섞인 김치전은 유독 표면이 반질반질하게 빛난다. 따뜻할 때 먹으면 정말 맛있다. 다만 식은 뒤에 먹으면 좀 더 비려지는 단점이 있다. 



2) 둥그렇고 넙데데한 전


출처 Cj 제일제당


그래. 이왕이면 큼직한게 좋죠. 김치전이라면 두께 말고 너비를 풍성하게 해주세요. 김치는 초록 잎부분보다 하얀 부분이(명칭을 모른다) 더 많은게 좋다. 다들 아시겠지만 하얀 부분은 아삭거리는 식감이 월등하다. 이 부분이 박혀있는 김치전 조각을 찢어먹으면, 어금니가 맞부딪힐때마다 아삭거리는 식감 덕분에 씹는 맛이 좋다. 매우 즐겁다. 다만, 김치 특유의 풍미는 오히려 잎사귀 부분이 더 강하다. 잎사귀 부분에는 양념이 결결이 스미기 때문이다. 골고루 넣어주는 게 좋지만, 내 취향을 말하자면 배춧잎의 아삭아삭한 부분이 많은 것이다.


2장 이상 구웠다면 한 접시에 오래 쌓아두지 말길. 전에서 나오는 기름을 머금고 아래에 쌓인 전이 눅눅해진다. 열심히 구워놓은 전 가장자리의 식감이 바삭바삭에서 눅눅으로 바뀌어버린다. 이러면 먹는 재미가 급격히 떨어진다. 김치전은 바삭함이 생명인 법. 따뜻하고+바삭하기 위해서는 구운 즉시 먹어야 하며, 여러장을 겹겹이 쌓지 말아야 한다. 



3) 두배로 바삭하게 먹는 법


출처 인사이트 라이프


지인이 김치전 맛있게 굽는 법을 가르쳐줬다. 바로 도넛모양으로 굽는 것이다. 달군 팬에 김치전 반죽을 올리되, 가운데를 국자로 슥슥 긁어내 비워준다. 그러면 전의 가장자리가 2배로 늘어난다. 제일 바깥 엣지와 안쪽 엣지(피자도 아니고). 바삭바삭한 즐거움이 2배다! 이렇게 구워먹으면 정말 맛있다. 국자로 긁어내는게 어렵다면 작은 종지그릇을 팬에 놓고 이 그릇 바깥으로 반죽을 둘러주면 된다. 어느정도 익었을 때 종지를 빼내고 익히자.


물론 바삭바삭함의 상징인 '기름폭탄'도 잊지 말자. 기름을 잔뜩 두르고 '튀기듯이' 구워내야 바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튀기기와 굽기의 중간 단계 요리법으로 달래듯이 구워주면 좋다. 어쩔 수 없다. 김치전은 살찌는 음식이다. 밀가루가 묻은 모든 음식이 그러하다. 두른 기름의 양만큼 바삭함도 비례한다. 이왕 맛있게 먹을 거라면 아끼지 말고 기름을 투여하자. 훨씬 행복해질 거다.



4) 가장자리부터 뜯어먹는 맛, 바삭바삭


출처 이미지 속에


바삭바삭! 우리는 음식의 맛보다 씹어내는 식감만을 원할 때가 있다. 튀김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삭바삭한 식감에는 따로 풍미가 없다. 그러나 쌀밥, 면으로는 절대 느끼지 못하는 식감이기에 각별하다. 특히나 비가 오는 날, 눅눅해진 하루를 이겨내고 싶을 때 김치전이 떠오른다. 온 세상이 눅진눅진해져도 내 입안만큼은 바삭함으로 채워지리라. 어금니로 부수듯이 씹어먹는 김치전. 얇고 바삭바삭한 전의 가장자리 부분을 경쾌하게! 찢어먹고 싶다. 과자처럼. 김치전이 먹고 싶다.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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