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플로라 앤 썬(Flora and Son,2023)]을 보고
대부분의 음악 영화는 뻔하다. [비긴 어게인], [원스], [어거스트 러쉬], [스타 이즈 본], [라라랜드], 그리고 [위대한 쇼맨]까지, 적어도 내가 본 음악 영화들은 한결같이 뻔했다(광기가 넘쳐흐르는 [위플래시]는 빼자). 영화 초반에는 여러 이유들로 인해 상처받은 등장인물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음악은 상처받은 그들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며, 노래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들은 단지 상처와 회복의 대상만 다를 뿐, '상처-음악-치유'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는 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플로라 앤 썬] 역시 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2병에 제대로 걸린 아들 맥스와 그로 인해 지쳐가는 젊은 싱글맘 플로라는 살얼음판 같은 관계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둘 중 하나라도 발을 헛디뎠다가는 와장창 깨어져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관계였다. 그리고 뻔한 음악 영화답게 '음악'이 등장하고, 가망없던 그들의 관계에 변화가 찾아온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시작한다. 음악은 그들에게 부족했던 '서로간의 이해'를 가능케하는 매개체였다. 영화는 그들의 연주로 마무리된다.
사실 [플로라 앤 썬]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본 건 아니었다. 영화 한 편 보고싶었는데 소중한 주말 저녁을 망쳤다고 생각될 만큼 후회되는 선택은 하기 싫었다. 그렇기에 '뻔확행', 뻔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보장할 음악 영화 [플로라 앤 썬]을 선택한 것이었다. 왜 음악영화가 '뻔확행'이냐고? '상처-음악-치유', 이 3박자는 언제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모든 음악영화는 그랬고, 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플로라 앤 썬] 영화 자체는 솔직히 그저 그런 정도였다. 하지만 중2병 소년과 싱글맘이 함께하는 밴드 'Flora and Son(플로라와 아들)'의 노래는 그들의 삶을 지켜본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족이 무언가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음악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