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고 밤이고, 평일이나 주말이나

by againJ

이번 주는 요가 수련 루틴을 지킬 수 없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못 만났던 지인들과의 약속이 줄줄이 잡혔기 때문이다.


한 주 쉰다고 큰 일 날 건 아니지만 몇 년간 자리 잡힌 수련 시간을 지키고 싶어 시간이 되는대로 월요일, 수요일 밤 요가를 갔다. 목요일도 아이가 갑자기 아파 이번 주 수련은 평소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나 목요일이 아닌 오늘 오전에야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내내 하타 수련만.


새로운 한 주는 힐랙스로 몸을 이완하며 시작하곤 했는데 갑자기 하타 밤 수련에 들어가니 낯설고 어리둥절했다. 일단 원장님 하타 수업이 오랜만인 데다 비가 올랑 말랑 습도마저 무척 높았던 날씨, 사람들로 빽빽했던 수련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직장인들이 많은 저녁 수업의 특성상 오전보다 전체적으로젊어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약간 숨막힐 정도였다.


엇박으로 시작된 수련이 잘 될 리 없었다. 수련의 속도가 평소보다 빨랐고 남에게 닿거나 피해 주는 게 극도로 싫은 나로써는 다닥다닥 붙은 옆 매트 사람이 신경 쓰여 수련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젊은 숙련자들 속에서 낑낑대고 있자니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고요하고 평온할 줄 알았던 밤 요가는 철저히 실패.


그래도 포기하긴 싫어 다시 수요일 밤 요가. 다행히 꾸준히 함께 수련을 해온 선생님이 계셨고 월요일에 비해 사람도 적었다. 조도를 낮춘 수련실에서 차분하게 시작된 수련. 여전히 백밴딩은 한 손씩 넘기는 것도 버거웠고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사나(왕비둘기자세)에서 머리와 발은 아득하게 멀었지만 수련은 내내 부드럽고 온화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밖에 있는 경우가 드문 나로선 오랜만에 수련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 돌아오는 낯선 밤도 좋았다. 고작 수요일 밤인데 이미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은 낯설고도 익숙했지만 모두가 적당히 달뜬, 바람도 솔솔 불고 흐린 라일락향이 나는 봄 밤이었다.

이 흐름을 다음 날 오전까지 이어가고 싶었지만 목요일 아침엔 갑자기 아이 장염으로 요가원 대신 병원에 가야 해서 아쉽던 차에 토요일 오전, 수련할 시간이 생겼다.


다시 원장님 하타 수련이었고 그만큼 숙련자들(아마도 대부분 월요일과 같은 사람들)이 많은 틈에 매트를 깔아야 하는 월요일 밤과 비슷한 상황. 옆 매트 사람은 나보다 젊고 힘이 좋았다.(심지어 요가복도 내가 입고 싶어 하는 브랜드!) 자꾸만 나도 모르게 또 힐끔거렸다.


라자 카포타 아사나에서 오래 머무르다 뻐근해진 허리가 잘 풀리지 않고 묵직하게 느껴져 하스타 시르사 아사나는 포기하고 벽에 가까이 붙어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를 수련했는데 그것마저 버겁게 버텨냈다. 결국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에서 올라오다 원장님이 도움을 주셨는데도 다리에 힘이 풀려 끝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미끄러져 누워버리고 말았다. 아, 망......


다리 힘을 풀어버리면 안 된다 따끔하게 혼나고 그만 다 포기하고 싶은 기분인데 원장님이 어느새 다시 내 앞에 와 기다리고 계신다. 물러설 곳이 없다. 한 번만 더. 이번에는 버티고 올라왔다! 그렇지, 하고 외치는 단단한 원장님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귀에 닿고 사바아사나로 한 주 수련 마무리.


밤에도 낮에도 토요일에도 틈틈이 수련했던 이번 주. 결국 세 번 수련을 해냈다는 사실이 뿌듯하면서도 내용을 보면 엉망진창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달라져도 수련실 분위기가 조금만 달려져도 난 무척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낯선 것에는 덜컥 겁이 나고 방어적인 자세가 되니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늘 다니던 요가원에 같은 원장님과 함께인데도 말이다.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오전 수련이 잘되니까, 이 선생님과 잘 맞으니까 같은 이유로 특정 시간과 선생님을 고집하는 건 경계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유연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 수련하는 거니까.


그러므로 밤 요가는 낯설지만 앞으로도 종종 기꺼이 도전하리. 낮이고 밤이고, 평일이나 주말이나 꾸준하게 요가하는 요기니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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