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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inJ Dec 12. 2023

마흔은 괴로워

온라인으로 제목만 보고 주문을 했더니 역시나 실패였다.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후배를 위한 선물이었던 책을 배송이 늦어 결국 내가 읽게 된 건데 차라리 다행이었다 싶게. 궁금했던 쇼펜하우어는 온데간데없고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좋은 글귀 짜깁기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내 개취와는 별개로 꽤 오랫동안 인문교양서로는 드물게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건 확실한 듯하니 책 자체보다는 이 책이 이렇게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에 오히려 흥미가 간다.


짐작건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키워드를 잘 뽑았다는 게 아닐까 싶다. 자기 계발서 이상의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의 시선을 붙드는 매력적인 제목과 목차들, 소제목과 첫 문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짧고 쉽게 붙은 글들이 호응을 얻었나 보다.


그렇다, 마흔은 괴롭다. 물론 40대만 괴로운 건 아니겠지만...... 40대로 살아보니 가끔은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쇼펜하우어에게도 눈을 돌리게 되는 나이인 게 맞다. 그간 온몸으로 직접 이런저런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달리느라 철학은 희미하고도 먼 이야기였다면 40대는 달고나의 모양을 떼듯 어딘가 삶의 윤곽이 드러나고 어디든 자리를 잡은 자기 위치를 돌아보게 된달까.


사춘기 자녀 양육이나 연로한 부모님과 가족들을 돌보고 또래 지인들의 죽음도 왕왕 목격하게 되는 이 시기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임에 틀림없다. 그저 해맑게 웃을 순 없는데 답이 없는 건 비슷한 상황. 자녀 입시에 본인이 직접 공부했던 때보다 더 힘을 쓰니 그저 건강만 하라며 웃을 수 있는 여유로운 득도의 미소는 조부모나 돼서야 가능한 일인 것만 같다.


이런 마흔의 번뇌를 안고 누군가는 쇼펜하우어를 찾고 난 오늘도 요가원을 찾는다. 수련실 밖은 소란해도 수련실에 들어서면 일단 오늘치의 수련을 해낸다.


마흔의 몸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여전히 어깨는 말려있고 등은 굳어있다. 그래서 유달리 힘든 비달라 아사나(고양이 등 뻗기 자세)에서 무리해서 팔을 뻗어 반대쪽 다리를 잡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미리 선을 정해두고 거기까지만 하고 멈추면 진전이 없으니 천천히 인내력을 가지고 접근해 본다. 가슴을 안정적으로 누르고 호흡을 편안하게 하는데 집중하면 말려 딱딱해졌던 가슴과 등주변 근육들이 아주 조금씩 편안해지는데 언젠가는 이 아사나도 자연스러워질 거란 희망이 생긴다. 40대가 되어서야 난생처음 앞뒤로 다리를 찢고 완전한 하누만 아사나를 편안하게 해내기도 하니까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쇼펜하우어도 깨달은 것만큼 이 내 세계라고 했다지 않던가.


마흔의 삶이 점차 닫히는 문 앞에 서서 조바심 내는 시간이 아니기를, 내가 깨달아 가고 있는 세계가 매일 조금씩이라도 확장되기를, 그리하여 인생의 후반전은 조금 더 단단한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를 바라며 오늘도 마흔은 읽고 수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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