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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Mar 21. 2021

40대 늦깎이 공무원의 슬기로운(?) 공직생활

첫 번째 이야기 : 고용센터는 신입을 너무 원한다!

발령 첫날 고용센터 소장님의 첫인사말은 제발 사표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예외적으로 7급, 5급 시험 합격하면 사표를 쓰라고 했다. 농담 아니고 진심이라면서 진지하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소장님과 다르게 우린 그 말에도 해맑게 까르르 웃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는 우린 '합격생'이니깐 말이다.


고용센터 3층 문서고에 동기 9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동기는 20대 셋, 30대 셋, 40대 셋이었다. 요즘 시대를 반영한 합격자 비율인 듯했다.


부서 배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으로 모두 그 팀으로 배정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고용센터 도처에서 신입을 원했다.


 나름 급한(?) 팀부터 팀장님이 와서 문서고 문을 열고 "ㅇㅇ 씨 우리 팀으로 시다. 짐 싸세요."하고 데려갔다.

우리는 새벽 인력센터에 모인 인부들 같았다.


첫 번째 동기가 문을 열고 들어온 5층 취업지원팀 팀장님에게 불려 갔다. 황급히 짐을 싸서 사라졌다. 두 번째 기업지원팀 팀장님이 "김 ㅇㅇ 씨 짐 싸세요" 해서 나도 서둘러 짐을 싸서 팀장님을 따라갔다.


나머지 동기들도 그렇게 한 명씩 민간위탁관리, 실업 자격심사, 실업 1차 인정으로 불려 가고 남은 4명은 국민취원지원팀으로 갔다고 한다.


나는 사실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앞으로 어떤 주제로 쓸 지에 대해 당연히 국민취업지원 업무를 할 줄 알고 '현직 공무원이 알려주는 -국민취업지원제도-라고 썼다.


연수 때도 우리를 뽑은 이유가 이 제도 때문이고 우리 대부분 이 업무에 배치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현 고용센터의 현실은 코로나 19로 모든 업무가 폭증된 상태였던 것이다.


내가 일을 하게 된 기업지원팀(기지팀)은 말 그대로 기업을 지원해주는 업무를 한다. 팀장님은 현재 이 팀의 업무는 코로나 19 이전에 비해 2100%로 증가했다고 한다. 1월은 팀원 모두 70시간 이상 초근을 했다고 한다. 원래 초근은 57시간만 인정해주는데 기지팀은 초근 제한도 한시적으로 풀었다고 한다.


이런 무서운(?) 말 들을 듣다 보니 사무실에 도착했다.

팀장님이 "우리도 신입 데려왔다. " 열댓 명의 직원분들이 박수로 맞이해주셨다. 한 명에 조금 아쉬워하는 듯했다.


내 자리에 각종 전산이 깔리고 무언가를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자리에 앉았다.  


소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느 시인의 말도 동시에 떠올랐다. '합격, 잔치는 끝났다.'

순간 '합격생'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문을 통과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난 누구?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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