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목련이 활짝 피어서 한 잎씩 땅으로 떨어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계절의 시간이 왔다. 보라색 목련도 뒤따라서 활짝 웃고 있었고 출근길 노란색 개나리도 단체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분홍색 벚꽃도 필까 말까 한참을 생각 중인 듯했다.
우리 신입들은 여기저기서 곡소리, 눈물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들 당당하게 싸움을 걸어오는 놈들과 열심히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정확히 말해 한 달 된 신입들은 선배에게 최대한 피해를 안 주기 위해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민원인에게는 명석한 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의도치 않게 말을 계속 더듬거리는 연기(?)들을 연출하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나는 틀린 내용을 오랫동안 민원인에게 더듬거렸다. 옆 주무관님이 중간에 치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 사업장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받지 못할 뻔했다.
오전 9시 41분,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행복한 9시 41분이었다.
케이크를 선물해준다는 말에 가슴이 콩닥콩닥해졌다. 전쟁을 치르던 상대방도 이 시간만큼은 휴전을 제안한 듯했다. 주변의 공기가 평온해지고 마음에 따뜻함의 씨앗이 싹이 트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고용노동부의 모든 지청에서 한 것은 아니고 우리 지청의 한 선배가 낸 아이디어로 우리 지청 신규만 받은 것이라고 한다. 아직 그 선배가 누군지 우리는 모른다. 모두가 바쁘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신입을 생각한 그 선배의 마음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너무 흔한 표현인데 어쩔 수가 없다. 그 파도가 내 키를 넘고 우리 동기들 모두를 덮치고 우리 동기들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우리를 아는 모두의 마음도 덮쳐버렸기 때문이다.
손바닥만 한 케이크는 세상에서 제일 큰 케이크가 되어 우리에게 봄을 주고 갔다.
어디선가 우효의 민들레가 들려왔다.
'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왠지 고용노동부가 내게 이렇게 속삭이며 케이크와 함께 왔다가 내 입 속에서 사르르 녹아버린 듯했다.
신입이 벌써(?) 조직에 대해 콩깍지를 벗기려는 순간, 고용노동부는 내게 말했다.
'우리 동네에 가요, 편한 미소를 지어 주세요'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매일 기다려요'
'같이 걸어가요, 웃게 해 줄게요, 더 웃게 해 줄게요'
'영원히'
그래 이렇게 다가오는데 예쁘게 봐보기로 했다. 다시 한번.
면접을 준비했을 때 얼마나 사랑했던가, '고용노동부'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던가. 너를
봄바람에 떨어지려 했던, 수많은 적들로 인해 강제로 자의로 벗겨질 뻔했던 콩깍지를 다시금 내 눈에 강력하게 붙여본다. 하지만 이내 이 콩까지는 떨어지고 말 것을 안다. 오늘의 이 케이크가 결국 오고야 마는 그 날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완충제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