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사랑이야.
요즘 너무 덥습니다. 다들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집에 커다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몸에 열이 오르면
퐁당 들어가 열인지 화인지 모를 온도와 감정을
물에 풀어버리고 있습니다.
물에 꼬르륵 잠겨 한 15분쯤 있으면
세상의 평화가 찾아오고,
희미했던 나의 의식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한참 마라톤 연습을 할 때 생긴 루틴 중 하나인데,
이제는 여름만 되면 늘 하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해뜨기 전에 운동을 나갑니다.
그리고 아침 해가 뜰 때쯤 해님을 피해 집으로 도망치지요.
태양의 기운이 몸에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도망쳤지만,
열이 오르고 숨이 가쁜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욕조에 물을 담고, 얼음이나 아이스팩을 넣어놓고
들어가 있으면 무거웠던 다리,
화가 난 종아리,
찢어질 것 같은 허벅지가
진정됩니다.
냉탕 온탕을 번갈아가면 더 좋겠지만,
이 여름에 온탕은 쉽지 않습니다.
욕조에 들어가 물에 손을 훠이훠이 내저으며,
정신을 놓고 있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에는 여름에 에어컨을 트는 것을 죄약이라 여기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더위는 버티는 것이다.
아직은 에어컨을 틀 때가 아니다.
에어컨은 켜는 게 아니라,
그냥 장식품이다.
네... 저의 어머니 되시겠습니다.
무더위에 지쳐 쓰러져 정신을 놓고 사경을 헤멜정도가 되어야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한 임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에어컨이었습니다.
정신이 돌아오면 바로 에어컨을 끄시던 어머니...
제발 좀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고 시원하게 계시라고 말을 해도
도통 듣지를 않으십니다.
이 문제로 한참을 다투던 때가 있었습니다.
뉴스를 보면 무더위에 밭일을 하다가 돌아가시는 노인분들이 나올 때마다
머리가 아찔해집니다.
불편한 상상을 하게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몇 만 원 하는 전기세보다 당신의 몸이 더 소중하다고 말해도
"괜찮다." 이 말씀뿐입니다.
내가 돈을 내드리겠다. 그렇게 더위를 참고 계시다가 나 없을 때 쓰러지시면
어떻게 하려고 하시냐... 회유와 협박.. 모두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헷갈려서 마음이 더 아픕니다.
이러한 자식의 바람이 지나친 요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를 잃기 싫은 이기적인 나만의 욕심인지.
괜찮다고 하는 어머니의 의견을 무시하는 불효자인지.
정리되지 않는 생각이 저를 괴롭힙니다.
시원하게 계셨으면 좋겠다는 자식의 욕심 때문에
어머니는 그것이 불편하신가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랑이란 적극적인 보살핌인가요
아니면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건가요.
무엇이 사랑인가요.
잔소리...
어릴 적, 듣기 싫었던 그 말들이
이제는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 잔소리도, 결국 사랑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