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맞이하는 첫번째 결혼기념일
어렸을 때 부모님의 결혼비디오는, 우리 세 자매의 베스트셀러였다. 유치원을 졸업하기도 전에 테이프가 너무 다 늘어나버려 결국 보지 못하게 되었을만큼, 그리고 배경음악이었던 아리안느를 위한 발라드가 결혼주제곡인 줄 알았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돌려보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 날이 우리의 시작임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엄마아빠가 되고 나서 처음 맞는 결혼기념일.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아가이지만, 윤이 존재의 시작인 그 날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분들께 감사한 날이었는지, 그리고 그 날 이후 얼마나 따뜻한 나날을 보내왔는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어도, 아마도 윤이 역시 7월 28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날인지를 벌써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빠가 엄마에게 얼마나 좋은 남편이고 훌륭한 동반자인지도.
눈에 병이 나서 내내 잔다고 육아도 집안일도 남편이 다 해줘버린 결혼기념일. 일어나서 들여다 보면 귀엽고 힘이 센 두 남자가 엎드려서 (각자) 열심히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편 덕분에 별명이 개복치인 내가 임신 출산 육아를 해낼 수 있었구나 싶고, 그런 남편을 선택한 4년 전의 스스로에게 고마웠다.
처음으로 세 명으로 맞이하는 우리 가족의 생일. 앞으로도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기를, 두 귀요미를 만나게 하시고, 요렇게 인도하신 그 분께 가만히 기도해본다.
"가족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