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게 열매맺느라 수고한 너에게
우리가 함께하는 (한 사이클의) 마지막 계절, 가을이다. 이제 다시 코끝이 시려오면 윤이가 태어난 겨울이 다시 시작될테니, 가을을 마지막으로 모든 계절을 맛보게 되는 셈이다.
이제 곧 9개월 차. 언제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크나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도 윤이는 누구보다 늠름하게 (키 몸무게 모두 상위 10%의 건장한 아기로)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가장 작은 씨앗에서 자라면 커어다란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깃들인다는 겨자씨처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생후 일주일만에 입원해서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있던 쪼꼬미와, 애기에게 아무것도 못해줘서 울기만 하던 엄마는 이렇게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정말이지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이제 윤이는 잡고 걸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엄마아빠라고 말할 수도, 음식을 베어 물고 씹어 먹을 수도 있다. 추웠던 겨울, 따스한 봄, 짧았던 여름을 지나 결국엔 이 알록달록한 가을에 어울리는 예쁘고 탐스러운 열매를 주렁주렁 맺어낸 것이다.
윤이의 첫 가을이자 마지막 계절일 10월. 아름다운 빛깔로 물든 캠퍼스를 거닐며, 다른 나무들의 단풍 못지 않게 다채롭고 풍성한 열매를 맺은 윤이에게 다시 한번 응원과 사랑을 담뿍 담아주리라 다짐해본다.
모든 것이 감사로 물들은, 2022년 10월. 우리 동네, 남편의 모교에서 :) #thanksg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