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것
왠지 잠이 잘 안 오는 밤. 이제 윤이는 밤에 잠도 잘 자고 (이앓이로 고생할 때도 있지만) 항상 잘 웃어주고, 아프지도 않고 밥도 잘 먹는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예전보다 확실히 수월해졌다.
매일매일이 비슷해서 시간이 더 빨리가는 느낌인데, 요일 구분도 날짜구분도 마땅하지 않다보니, 갑자기 계절이 바뀌어 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어느새 만 8개월 가까이 우리 셋이 지냈고, 벌써 네 번째 계절을 보내고 있으니, 세 가족 기준으로는 남은 시간이 지나간 시간보다 짧아져버렸다.
지금이 너무너무 행복하고 좋으면서도, (영원하진 않을) 세식구 모드가 벌써부터 그립고 아쉽다. 이 시간을 꽉꽉 채워서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누려야할텐데, 문득 시간의 속도를 깨달으면서, 요즘은 엄빠를 향해 웃으며 기어오는 애기와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가슴이 콕콕 저며오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앞으로 제주 한달 살이도 남았고, 첫번째 크리스마스도 있을텐데, 계속 행복할 걸 알면서도, 지나가는 이 시간을 마냥 부여잡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인지. 언젠가 (체감으로는 엄청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금방) 남편을 먼저 사회로 돌려보내고, 나도 그렇겠지만, 함께 휴직할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 이렇게 피어날 줄은, 몰랐었다.
아무래도 이쯤 되면 행복 거부증인가보다. 현실이 너무 행복하면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아쉽다며 슬퍼하고, 불행하면 그냥 불행하고. 그래도 이제 그만 징징대고, 이 시간을 더 누리고 즐겨봐야겠다. 지금도 옆에서 쿨쿨 잘 자는 남편과 뒹굴뒹굴하는 캠 속의 유니를 보며, 함께 하는 이 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꿈만 같은 시간- 꿈 꿀 필요가 없어서 잠들기가 오히려 아쉬운 밤이다. 그렇지만 아침에 진짜 꿈같은 하루를 잘 누리려면 이젠 진짜 자야겠다. 오늘도 함께여서 고마웠어. 사랑하는 우리집 두 남자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