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세례에 부쳐
20년 초가을, 남녀고용평등법 제 19조 개정안(임신 중 육아휴직)을 위해서 무언갈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실 그 열매를 우리가 누릴 수 있으리란 확신은 없었다. 다만 언젠가 이 법이 개정된다면, 앞으로 태어날 애기에게, 너를 위해 엄빠가 이런 노력을 해왔다고 이야기해야겠단 다짐만 했을 뿐.
다행히 같은 소망을 가졌던 정말 많은 분들의 지원 덕에 법이 개정되었고, 우리는 그 개정법안의 첫번째 수혜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뱃속에 있던 애기가 자라서 오늘, 유아세례를 받았다.
애기의 이름은 에스겔 47장 은혜의 강물 이야기로 지었다. 발목에서 무릎, 또 허리 높이에서 이제 건널 수 없을 만큼 깊어진 강은, 바다로 흘러가 수많은 생명을 살려내는 근원이 된다. 유아세례를 앞두고 이 생수의 강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자연스레 다시금 법 개정을 위해 노력했던 그때의 우리가 떠올랐다.
그러니 윤이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길. 엄마 아빠가 윤이를 만나기 위해, 법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처럼.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소망을 끝까지 견지하며, 세상을 더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만드는 데 사랑과 시간을 아끼지 않은 그런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 샘솟았다.
그런 마음을 안고 참여한 세례식. 이런 엄빠의 간절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이는 내내 지루한 듯 연신 옹알이만 쏟아냈다. 그래도 이제서야 무릎에 닿는 이 쪼꼬만 은혜의 개울이 더 불어나고 넘쳐서 언젠가 바다가 되리라 기대하는 마음을 다시금 노래에 담아본다.
"너를 위해 법률을 바꾸고, 세상을 만들고, 아들을 보냈네." - 이 시간 너의 맘속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