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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밤 Feb 09. 2022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를 시도합니다

 오롯한 내 시간 갖기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걸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직장일을 하며,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기르며 틈틈이 저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애썼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 저에게 주어진 업무를 책임지고 해내기 위해선 정해진 근무시간만큼은 일을 해야 합니다. 잠깐의 틈이 난다고 해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정도의 지속적인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틈'같은 시간이라 차라리 그 시간엔 커피를 한 잔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합니다. 무엇보다 직장에서는 '직장인' 모드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의 모습으로 전환하기가 어렵습니다. 뻑뻑한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처럼 부드럽지 않고 거친 느낌을 받아서 스스로에게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집에 돌아오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주부 모드로 돌입합니다. 손 갈 곳이 눈 닿는 곳마다 널려 있습니다. 아이가 바닥에 벗어던진 옷과 식탁 위에 무심히 올려놓은 가정통신문이, 싱크대 주변에 어지러이 널려있는 아이의 물통과 수저통이 주부 모드로 넘어가는 경계조차 느끼지 못하게 바로 저를 변신시킵니다. 바쁜 손을 움직이며 총총걸음을 걷습니다. 집 안에서만 걷는 걸음이 하루에 만 보는 족히 될 것 같습니다. 빨래, 설거지, 청소는 집안일이라는 커다란 파이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나머지 파이는 수 천 개, 수 만개로 쪼개져 있는 느낌입니다. 제 신경의 끝이 무수한 갈래로 퍼져 집안 곳곳에 닿아 있습니다. 아이가 떨어뜨린 지우개를 책상 위에 올리는 것, 바닥을 곧 보일 것 같은 휴지를 미리 갖다 놓는 것 같은 너무나 소소하지만 사람 손이 가지 않으면 절대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집안일입니다. 

주부 모드에서 제 시간을 내는 것은 직장에서보다 더 어렵습니다. 모드 변환이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직장인도 아닌, 주부도 아닌 시간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밤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밤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독서도, 드라마 정주행도 밤에 했습니다. 하지만 즐거웠던 밤 뒤에는 수면 부족이라는 혹독한 대가가 뒤따랐습니다. 근육통과 집중력 부족은 하루 전체를 망쳤습니다.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예민해져서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너그럽지 못한 제가 되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밖에 대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밤에 일찍 자면 됩니다. 제 몸에 맞는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만족시키는 루틴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가족들이 아직 깨지 않은 시간, 직장인으로 돌아가기 전의 시간. 오롯이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이른 아침입니다.



머릿속에서 벌써부터 생각들이 아우성을 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뭘 해야 가장 만족스러울까?'

'어느 방에서 시간을 보낼까?'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들을 생각으로 달래줍니다.

뭐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고.


저는 저를 알거든요. 초반에 드는 생각들은 그저 흘러가게 두면 됩니다. 생각은 어차피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조차 생각을 더하는 일일 뿐입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무작정 하면 됩니다. 하다 보면 저절로 루틴이 생기고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무작정 한다'가 제 삶에 가장 훌륭한 처방임을 알기에 무작정 시도해 봅니다.



오늘은 글을 썼고, 내일은 뭘 할까요.


읽으려고 준비한 책들이 제 옆에 두 권 있습니다.

내일은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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