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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승 Feb 24. 2024

아듀, 백설 공주, 왕비의 입장을 보여주는 재해석 그림

오늘의 동화




제목 : 아듀, 백설공주

저자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옮긴이 : 김시아

출판 : 한솔수북

가격 : 49,000원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글, 그림)


1973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어릴 적부터 그림책 작가를 꿈꾸었습니다. 이후, 우르비노 지역의 ISIA 예술학교에서 그래픽 예술을 배우고, 1997년부터 자유로운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그림책과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996년, 프랑스 몽트뢰이 도서전에서 ‘미래의 인물’상으로 주목을 받았고, 2007년에 볼로냐 도서전에서 《파리에 간 사자》로 라가치 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끊임없는 그림책 작업으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과 한스 크리스티앙 안데르센 상 후보로 여러 번 지명되었습니다. 창작 그림책 《유리 아이》,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 《사라지는 것들》 등과 잔니 로다리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할아버지의 뒤죽박죽 이야기》와 그림 형제의 《백설 공주》를 재해석한 《아듀, 백설 공주》를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시아(옮긴이)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프랑스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파리 3대학에서 〈그림책 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며 새롭고 좋은 책을 소개하고자 번역을 하고 평론도 씁니다. 좋아하는 장르는 옛이야기와 그림책입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기계일까 동물일까》, 《아델라이드》, 《에밀리와 괴물이빨》,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물》, 《엄마》, 《오늘은 수영장일까?》, 《빨간 모자가 화났어!》, 《슈퍼 이야기꾼 모리스》 등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희승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아듀, 백설 공주'입니다. 이 그림책 범상치 않습니다. 모든 그림책이 밝은 것 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그림책도 밝은 그림책은 아닙니다. 그건 작가가 바라는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겠죠? 작가는 릴케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아름다움은 공포의 시작일 뿐이다."


독자들이 공포에 매료되고 어떤 희열을 느끼길 바라는 것입니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가 그림책을 만들 때, 중점을 둔 부분은 고통, 질투, 복수였습니다.


과연, 백설 공주라는 캐릭터로 저 감정들을 살릴 수 있을까요? 어렵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은 백설공주가 아닙니다.


바로, 백설공주를 질투했던 왕비가 주인공입니다. '아듀'는 프랑스어로 헤어질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미루어 보면, 아듀, 백설 공주라고 하는 것은 왕비가 백설공주를 떠나보내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일까요?


그림책의 내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설 공주의 이야기 틀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단지, 그림이 좀 우중충하고 무섭습니다. 저도 깜짝 놀란 부분이 있는데, 그만큼 감정과 표현이 잘 어우러져 와닿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시다면, 이미 기존의 백설공주를 읽고 왕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성인분들은 한 번쯤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금 시대에는 가장 많이 떠도는 감정들을 이 그림책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표지를 보시면, 바로 느낌을 알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아, 밝은 책은 아니구나.' 거칠지만, 뚜렷하고 확고한 무언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왕비가 과거를 회상하며, 왕비가 되기 전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이전의 왕비가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이 바로 백설 공주였습니다.



그러고 왕비는 죽고 이야기 주인공이 새로운 왕비가 된 것이죠. 그러니, 왕비는 백설 공주의 새엄마입니다. 왕비는 백설공주를 엄청나게 싫어했습니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것은 바로 '젊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예쁘고 비싼 액세서리를 해도 젊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죠.



왕비가 된 후, 왕이 죽고 완전한 왕비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왕비는 곧장 백설공주를 쫓아버리고, 사냥꾼에게 시켜 죽이게 합니다.


하지만, 백설공주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사냥꾼이 백설공주를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사냥꾼은 어린 멧돼지를 잡아 간과 폐를 가지고 여왕에게 갔습니다. 여왕은 그것이 백설 공주의 것이라는 사냥꾼의 거짓말을 믿고 아주 개걸스럽게 먹고, 씹고, 삼켰습니다.


백설 공주의 젊음을 먹어치우는 것처럼 말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울을 통해 백설공주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번에는 직접 죽이기 위해 독이 든 사과를 가져가서 먹게 했습니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백설공주는 왕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왕비는 그곳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후, 뜨거운 석탄이 담긴 무쇠 구두를 신고, 식을 때까지 춤을 춰야 했습니다. 모든 것이 식을 때까지 말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부와 명예, 젊음까지 전부 말입니다.





'아듀, 백설공주'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와 명예도 젊음도 결국, 한때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한때의 것을 위해 시기하며 질투하고, 복수까지 감행합니다. 왕비가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사실, 백설공주가 아닙니다.


유한한 삶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는 불필요한 감정들입니다. 왕비에게는 그 감정들이 백설 공주에게 투영되었던 것이겠죠.


여러분들은 무엇을 떠나보내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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