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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Sep 30. 2022

집사 남편의 외출

소읍 기행

실로 오랜만에 그가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을 한다고 했다. 집사 선언 석 달만이었다.


집안일에만 얽매이지 말고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다니라고 했지만, 내내 요지부동이었다. 엄청난 자유 시간이 주어졌지만 일터에 매여있는 나를 두고 마음 편하게 다니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샘을 낼지 훤히 보인다며.


그의 말이 일견 맞다.


그와 나는 작은 마을과 골목을 걷고 탐험하는데 흥미가 있다. 어느 도시나 마을로 여행을 가든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숙소 근처 동네를 다녀보는 것이다. 이미 이름이 난 곳들은 책이나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동네 고유의 분위기나 사람들 사는 모습은 두 눈으로 직접 관찰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돌아다니다 보면 이 동네 약국은 어디쯤에 있고, 어떤 관공서가 근처에 있으며, 이 근방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이 뭔지 파악이 되고, 그런 와중에 스치고 지나간 골목골목 분위기를 눈으로 마음으로 익힌다. 그렇게 휘적휘적 둘러보고 여행을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이후 여정은 특별한 계획 없이도 순탄하게 흘러가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고 그와 내가 각자의 회사 생활에 파묻혀 짬을 내지 못하면서 여행은커녕 어딘가 바람 한번 쏘이러 다니지 못한 지 꽤 되어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던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를 두고 혼자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는 것이 못내 미안했던 것 같다.


그는 "나 혼자 어딜 가겠어… 주말에 같이 가자!"라고 했다. 꽉 막힌 도로에 갇히기 십상인 주말은 차량 이동을 최대한 자제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많은 집사일지라도 직장인 아내를 둔 탓에 별 달리 방법이 없다.     


그리고, 머지않아 정했다. 강원도 영월.


집사 남편의 두 번째 외출은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소읍 기행’이다. 당신 혼자 다녀오라고 하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놓칠 수가 없네.


“같이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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