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May 30. 2021

독립출판 뒷이야기

증명받고 싶었다. 나의 글쓰기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작업한 이 작업물이 서점에 놓였을 때 몇 권이나 판매될지 말이다. 서점에 입고를 시작하고부터 카운팅은 시작됐다. 출판물을 받아주는 서점은 몇 군데인지, 몇 권의 책이 팔렸는지, 재입고 요청은 있는지, 서점의 어느 위치에 배치되어 있는지 등등.


출판물의 이름은 '저를 지나쳐주세요' 나의 태도는 '저를 지나치지 말아 주세요'였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뒤 신기하게도 책을 구매하셨던 분들이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평이나 사진을 SNS에 올려주셨다.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나의 독립출판물 뒷이야기.

여름이의 이야기를 담던 어느 봄날. 살다 보니 이런 경험도.


달라진 점 하나.

내 존재를 누군가에게 증명받지 않아도 괜찮구나.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여도 정말 괜찮구나.

그 괜찮음을 알게 된 것.

그 하나면 충분하다.


출판물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둘. 가장 큰 가치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그리고 동시에 나의 글이 정말 힘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들의 감상평을 읽고 또 읽었다. 나의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어떤 취향의 사람들일까.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그들은

그들이 있는 그 자리에서,

내게 힘을 주고 있었다.

힘이 되고자 출판을 했는데,

난 오히려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를 전달받고 있었다.

독자분이 주신 엽서 선물 / 메일이나 댓글, 기록들은 저만 알고 있을게요!

누군가는 이별을 하고 서점에서 나의 책을 발견했고, 또 누군가는 사회의 달고 쓴 맛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미워하고 있기도 했고, 지난날의 일로 힘에 겨워하는 이도 있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꿈일 수 있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도 있었다. 치킨 심부름을 갔다가 지나쳐 달라는 책 제목에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해 책을 구매한 사람까지.


그들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브런치 댓글에서, 서점을 통해 내게 보낸 편지와 사진에서, 컨셉진에 보낸 사연에서. 또 개인 메일로도.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연하게 내 책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고, 그들은 감사하게도 발걸음을 잠시 멈춰준 것이다.


덕분에 작은 서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라이브 방송도 해보고, 매거진에도 나와보고, 또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촬영하는 다큐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그렇게 인쇄한 2천 권의 책. 꼼꼼하게 기록했던 책 판매 입고 서점 리스트와 그로 인해 입금되는 수익을 기록하지 않게 되었다. 출판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두 가지 이유가 이미 충족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달라진 것 또 하나. 어떤 감정에 휩싸일 때, 어디론가 도망치고, 숨고 싶을 날.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세상 밖에 나온다는 것. 그 감정을 깊이 느끼다가, 나만의 안전장치들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글로, 책 속 한 장면과 문구로, 노래 가사와 멜로디로. 요가와 필라테스로. 그 안전장치에 내 주변 사람들은 없다.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온전히 나만의 몫이니까.

외부의 소리보다는,

나 자신의 목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기.

내가 내 마음을 무시하지 않기.




포장하다가 내 눈에 얘네들이 예뻐 보여서! 고마워 친구들.


그리고 달라지지 않은 것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

그것들을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기록하는 것.


브런치에 업로드는 무려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흘렀지만, 나의 작은 일상들은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었다. 브런치라는 공간과 내 글을 구독해준 분들은 내게 정말이지 너무 소중해서, 큰 결심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말이다.


또, 요즘 나의 일상은 예전의 소용돌이쳤던 내 감정선보다는 잔잔하고 또 잔잔해져서 이런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글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아참. 나 분명 위에는 괜찮다고 썼었지.


그래. 이런 일상과 이런 내 감정 이어도 괜찮대. 블로그에, 또 나의 메모장에 기록했던 글들을 다시 브런치에 잘, 아니. 진심을 다해 적어보자. 이 기록들은 또 나를 어떤 길로 이끌지 모르니까. 분명 나의 부캐, 여름이가 책에 그렇게 썼거든!


이전 14화 어차피 망할 거라면 @출판을 꿈꾸는 사람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