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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Jun 10. 2021

수평선 너머로 향하며(2)-3

-직장생활이라는 여정과 그 무료함에 관하여.

 나의 2019년은 어느새 찾아와 있었다 나는 찾지도 부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학생일 때는 그렇게 오지 않던 여름, 겨울 방학이 사회에서는 오지 말라고 해도 여름휴가, 겨울 휴가로 찾아왔다. 계절의 달라짐 보다 바뀜 그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일상 그 자체가 무디고 무뎌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무딘 일상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처럼.


 나는 본디 바라봄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았다는 것을 이런 반복되는 그리고 무뎌지는 일상 덕분에 알게 되었다.

매일 같은 장소를 가고, 같은 자리에서 그렇게 넓은 창을 통해 멍하니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동틀 녘이 조금 지난 아주 여유롭고 고요한 시간 속에 앉아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 바쁜 걸까? 커피 한잔이 식을 새도 없을 텐데, 커피를 잡아채고 빠르게 가게를 나서는 사람들.

빠르다 못해 급해 보이는 사람들이 커피 한잔만큼은 왜 꼭 사들고 가야 하는 걸까? 란 생각은 나의 8시와 그들의 8시에서 교차했다 바라봄을 통해서.


19년 이전까지 내가 유달리 좋아했던 자리와 시간



 나의 2019년은 그렇게 찾아와 있었다. 나는 부르지도 찾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찾은 적이 없기에, 19년 속에 나의 8시를 나는 알 수 없었다 바라봄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 어려운 것 임을.

어느새 나는 그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지각을 할까 봐 지하철을 타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자리에 앉은 후 느껴지는 등의 촉촉함 아니 젖음 때문일 것이다. 온몸을 휘감는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커피 한 잔'을 목으로 넘기는 것이었으니까.

 그 커피 한 잔이 제 때 안 나오나 싶어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는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 짜증이 많은 사람이었나? 고작 커피 한잔이 늦게 나오는 것에 감정이 동할 정도로? 아니면 내가 이렇게 여유를 잃은 걸까 아니면 없었던 걸까.


 이런 나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서글펐다. 아마 나는 18년 겨울의 끝에서 이미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음을, 내가 다가올 이 시간을 수용해야 함을 그래서 나는 그렇게 서글퍼했는지도 모르나 보다.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수용하지 않을 용기가 없는 걸까?. 고작 커피 한잔 일 뿐인데.


 회사 앞의 넓디넓은 큰 창을 가진 카페를 난 유난히 좋아했다. 3M는 족히 돼 보이는 그 넓은 창을 두고

나는 더 바쁘고 더 급해 보이는 차와 사람들, 그리고 꺼지지 않는 불빛들을 쳐다보았다.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이 쌓여 눈을 덮을까 하는 생각에 차마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쳐다만 보았나 보다.


나에게 다른 8시를 선사한 그 창을 쳐다보며 (이상하게 정이 들었지만)



첫 출근일의 아침 풍광


 출근 첫날의 공기와 냄새 그리고 풍광을 나는 아주 선명히 기억한다. 

겨울 같던 10월, 부산과 달리 소금기 없는 담백, 아니 건조한 공기 그리고 낯설지만 눈이 가는 건물들의 어우러짐을 헤쳐가며 나는 자연스럽게 그 순간들을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같은 장소의 다른 시간 속에서 그 풍광들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 커피 한잔 조차도 버거운 내게 설렘과 즐거움 또한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여유를 잃지 않은 척, 여전히 나일 수 있는 척했지만 버거웠다. 백조처럼 희고 싶었다.  도시의 분주함과 고단함에도 색이 바래지 않는 백조가 되고 싶었다. 물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그 백조가 얼마나 발을 차야 하는지까지는 나는 알지 못했다.


커피 한잔으로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이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목으로 소주를 넘기는 게 그렇게 큰 위안이 될 수 없었다.

のめ, 108 삼성동, 강남구, 서울특별시 



 하기 싫은 것을 하고 싶지 않다와 해야만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를 나는 교차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기에 더욱 열심히 혼자만의 리듬으로 발을 차 보았다. 화음으로 흘러가는 연주 속에 혼자 만의 리듬은 유달리 거슬림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거슬림을 개성 있다와 특이하다로 소화하고 싶었다. 언제나 장점과 단점은 한 끗 차이에 불과함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인지 백조 무리 속의 미운 오리 새끼처럼 나는 발버둥을 쳤는지도 모른다. 그런 미운 오리 새끼를 보고 자신의 옛 모습을 보는 듯하여, "곱창 먹을래?"라고 지금은 벗이된 선배들이 먼저 말 한마디를 건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나의 이런 생각이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계절의 변화의 무뎌진 나처럼 어느새 찾아왔다 어느새.


(2)-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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