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kie Mar 26. 2020

30일간 매주 1인 반성회 열기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니고요

광대한 목표를 만들어놓고는 결국 '장보기', '청소하기', '책상 정리'에만 체크하다 끝나던 나의 to do list를 기억한다.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낫지, 라며 나를 위로했고, 오늘은 5가지나 했는 걸, 이라며 나름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럴 땐 보통 가장 중요하고 하기 싫은 일 하나만 빼고 다 체크되어있다.)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굳이 대답하자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좋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생이란 멈춰있지 않고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인간이란 장기적 목표보다 눈 앞에 있는 성취가 더 달콤해 보이는 법. To do list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 목표는 책을 출판하는 것이 아닌, 장보기 마스터가 되어버린 듯했다. 


그래서 나는 매주 혼자 하는 반성회를 시작했다. 내 장기적 목표를 되찾고, 이를 위한 세세한 목표와 과정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왜 나쁜 습관은 고쳐지지 않을까' '왜 계획한 만큼 지키지 못할까' '왜 더 나아지지 않을까'에 대한 나의 대답이며 실천인 것이다. 


물론 '반성회'는 무언가 잘못된 것에 대해 되돌아본다는 어감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나의 1인 반성회는 나를 스스로 돌아보고 목표를 향해 등을 다독여주는 의미가 더 크다. 일종의 셀프케어이자 미타임(Me-time)인 셈이다. 












1. Time tracking

일어나는 시간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일주일 동안 내가 어떻게 시간을 썼는지 쭉 적어본다. 그러다 보면 도대체 이 시간대에 나는 무얼 했는지 기억이 도통 나지 않을 때도 있다. 나의 그 소중하고 수많은 시간들은 어디로 공중분해된 건지. 아니, 벌써부터 반성하고 자책하기 시작하면 안 된다. 


이렇게 나의 일주일 간 시간 사용을 가시화하다 보면, 죽어있던 시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할애하는 시간을 좀 더 줄여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자투리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좀 아까운데.' 나의 경우 넷플릭스를 보며 느긋하게 보내던 1시간 30분 동안의 점심과 저녁을 1시간 안으로 줄였고, 장보는 시간을 40분에서 20분으로 줄였다. 그러면 이 남는 시간은 뭘로 채우지? 




2. 좋았던 것과 싫었던 것


모든 게 다 싫어졌던 때가 있다. 일이든 뭐든 엉망진창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한참 방에 혼자 있다가 나오면, 몇 시간을 내리 자면 해결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문제는 내가 무엇을, 왜 싫어했던 건지 짚어보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거다. 


불만이 불평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내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내가 이번 주에 뭘 했을 때 행복했고, 어떤 게 싫었는지 가감 없이 다 적는다. 행복한 것을 더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싫은 것은 어떻게 제거해나갈 수 있을지. 내가 당장 다음 주에 실천 가능한 일들을 생각해본다. 


물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 상황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경우에는, 이럴 때일수록 어떻게 생각을 전환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결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문한다. 생각의 전환도 나름 노력이 필요한 일종의 실천이 아닐까. 


매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적어나간 덕분에, 나의 취향은 더욱 분명하고 확고해졌다. 의외로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며 버킷리스트에 새로운 목록을 추가해본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은지가 늘 확실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탓에,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반성회는 그런 고민을 상쇄시켜주었다. 좋아하는 것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왼쪽 리스트에 더 자주 나타나기 마련이다. (전문용어로 '최애'라고 한다.) 내가 더 자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내 마음이 이끄는 것이라 믿고, 그것에 우선순위를 두며 매일 살아가고 있다. 




3. 목표 되돌아보기(Long/mid/short term)


조금 멋져 보이게 설명하자면, 반성회는 장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마일스톤을 설계하고 점검하는 과정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릴까.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당신의 크고 아름다운 목표는 저 반대편에 있다. (장기 목표) 당신과 목표 사이에는 강이 있고, 그것을 건너기 위해 우리는 징검다리 돌을 매일 하나씩 놓고 있다. (중단기 목표) 


나의 장기 목표 중 하나는 TEDx의 연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중기목표로 책을 출판하고 강연하는 것이 있다. 거기서 가지치기처럼 나온 단기 목표 중 하나가 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화이팅) 


고백하건대, 한 때는 글쓰기보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는 것에 더 빠져있었다. 필사를 하는 건 좋은데 필사만 하다가 정작 본인 글은 안 쓰고 하루를 보내버리는 사태도 발생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성취가 더 달콤해서 이것만 쫓고 있던 것이다. 


나의 크고 아름다운 장기 목표는 지평선에 가려져있어서 왠지 저쪽 울랄라 섬에 가는 게 더 빠르고 재미있을 것 같다. 지루해 죽겠다. 어느새 돌은 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놓이고 있다. 


장기 목표, 중기목표, 단기 목표를 적어본다. 진행상황이 현재 몇 퍼센트 인지도 체크해본다. 중단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 주에 가능한 일들을 적는다. 모든 일이 다 계획된 대로, 직선으로 강을 건널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다른 길로 새고 있다면 왜 그런지를 파악하고, 중단기 목표 혹은 장기 목표를 다시 조정해봐야 한다. 나는 이 방법 덕분에 그동안 미뤄오던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루 만에 끝냈다. 




4. 시간표, 루틴과 습관,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

1에서 3까지 적고 생각한 것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낸다. 다음 주 나의 이상적인 시간표는 어떤 모습일지, 그걸 보조하기 위한 루틴과 습관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해야 할 일도 당연히 적지만, 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도 적는다. 때로는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저 빼고 다 로그아웃해주세요.' 한 시간 동안 인터넷과 모든 기기를 끈다. 방안에 따뜻한 조명을 켜놓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향을 준비한다. 그리고 아래 5가지 방법을 따라가며, 종이에 하나씩 적어나간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말로만 하지 말고, 적어나간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