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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May 17. 2024

내 인생의 마침표

저는 너무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례식

친구의 장례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친구는 2015년 10월 부평 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폐암을 동반한 신장암 투병생활 중 세상을 떠나 부평 세림 병원 장례식장에서 보내야 했다. 1960년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사이라 살아있는 동안 부부. 자녀 모두 각별한 인연이었다. 더욱이 나의 작은 아들과는 카톡 친구라 하여 무척 작은 아들을 생각하는 친구였다.


그 분과의 추억

친구의 소원이라 하여 가족이상으로 친했던 우리 친구들 4명이서 마지막 여행(?)이 되어버린 강원도 일대를 여행했다. 같이 여행하고, 먹고, 자며 많은 시간을 이야기했던 추억이 새롭다. 친구는 힘든 투병생활 중 부평 성모병원에서 세례를 받고 내가 대부를 서주었다. 죽기 전 자비로 출간하여 자신에게 도움을 준 분들에게 자서전을 1권씩 선물하고 떠났다.(제목은 참 좋은 인연입니다"이다.) 친구가 그립다.


나의 장례식에 꼭 와주길 바라는 사람

1) 나에게 인생의 감사를 알게 해 준 아내와 가족, 친지의 얼굴은 마땅히 보아야 하겠지만 친구들도 그립다. 귀엽고 착하기만 한 손주들이 그리울 것이다.

2) 조카 -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인연을 끊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온 시간들을 위로하여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엄마와 같이 세례를 받아 고맙다. 주님의 은총 속에 건강과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로 표현하는 나의 죽음

감사의 시간 속에서

사는 동안 하루의 감사함을 모르고

옆에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움도 말 못 하고

그저 혼자라고, 외롭다고 투정할 때가 많았다.

너무나 큰 은총을 주심을 모르고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속으로 세상을 탓했던 시간들이 많았는지 모른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

내려놓고 싶어도 아직 무슨 미련이 많은지

자신을 미워한 적도 많았다.

많은 인연들과의 고마운 시간들 속에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삶의 먼 길을 가는 동안

누구도 슬프게 하지 마라.

누군가를 행복하게만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하자는 다짐만이 귓전을 맴돈다.


행여 인생의 주어진 시간 속에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없도록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도록

너무나 마음속 생각만으로 살아온 시간들이 안타깝다.

지나온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은 삶이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남은 시간이라도 길게, 길게, 깊게, 깊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슬퍼하지 말자.

사랑하고 싶다.


나의 유언장

고마웠습니다. 저는 사는 동안 받기만 했던 사랑에 감사드리며 마지막 착한 이별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너무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평생을 같이 한 아내는 저한테는 너무나 과분한 사람이었습니다. 힘들고 슬픈 시간들을 다 이겨내고 지금의 제가 있게 한 진정으로 고운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그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뿐입니다. 부족한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서 무엇 하나 편하게, 하고 싶은 일하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걱정 안 하고 살게 해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당신을 만나 많은 세월 살아오는 동안 너무나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당신이 옆에 계시지 않았다면 저는 이 시간까지 살아오기가 벅찼을 겁니다. 아마 건강한 몸으로 오늘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저의 모든 소유하고 있는 재산과 마음을 아내에게 드리고 갑니다. 물론 저는 살면서 모은 재산은 없습니다. 그저 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내에게 드리고자 합니다. 어디 아프지 마세요. 행복하세요.


우리 소중한 가족들. 아빠는 사는 동안 친척도 없이 외롭게 자랐지만, 너희에게는 소중한 아빠, 할아버지가 되고자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단다. 너희들이 힘들면 나도 힘들고, 속으로 울고, 애타고, 부족한 아빠라서 미안하고. 풍족한 재물이 없어 속상한 적도 많단다. 그래도 너희들 모두 좋은 짝 만나 건강하고 행복하니 너무 좋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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