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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May 19. 2024

아들이 보낸 편지

아버지..

다들 그럴 것 같습니다.


1950년대 격동의 시간들, 전쟁 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다시 굳건히 세워진 대한민국. 그 힘든 시간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배우고 가족들을 먹여 살린 수많은 아버지들. 지금 먼 고향땅에 계신 아버지 역시 먹고 사느라 바쁘게 보내신 아쉬운 청춘을 알고 있습니다. 살면서 겪은 고난의 시간들 자식들도 미처 모르는 많은 시련들. 시간이 지나 어느덧 환갑과 칠순의 중간에 계시며 은퇴 후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 멀리서도 자식으로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제서 아쉬운 부분은 아버지와 함께 마주 보며 대화하는 시간들, 같이 식사를 하거나 함께 앉아서 보내는 시간들, 여러 가지 뜻깊은 시간, 뜻깊지 못하더라도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와 그러셨나요? 아마도 많은 아버지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식으로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어 처자식이 생기니 처자식이 있다는 핑계로 멀지도 않은 고향 땅에 찾아가기도 힘든 현실이 못내 아쉽습니다. 함께 살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그렇지 못하게 되니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와 그러셨나요? 그 시절은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 여유도 없던 시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 이런 주제로 동생과 자주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는 결국 같은 결론으로 종결됩니다. 약 15년 이전인 구월동 성진에 살던 그 시절이 그립다는 얘기입니다. 비록 동생과 제가 취업 전이라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과 보내는 하루하루의 삶이 행복했었구나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매일 저녁을 함께 먹고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고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보낸 여러 나날들. 이제는 각자 출가 하고 살림을 차려 동생과 저는 하루하루 전쟁 같은 회사생활을 보내고 집에 와서는 엉덩이를 붙이기 무섭게 육아를 접하게 됩니다. 그 시절의 여유는 어디로 갔나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서 저와 동생이 흰머리의 나이가 될 무렵 아버 지의 손자, 손녀들이 흡사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요? 인생은 '라이온킹'의 주제가인 'Circle of life' 인가요? 남들은 이런 생각은 없는데 저와 동생이 감수성이 예민해서 그런 것일까요? 저와 동생은 각자 잘 살고 있는 걸까요? 저도 어느덧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결혼도 하고 돌이 지난 저의 아들이 생겼으나 아직 실감이 안 나고 있습니다. 육아로 힘든 모든 순간들을 직접 겪어보고 들으며 아버지가 더 생각이 나게 되네요. 여러 가지로 더 힘든 시절에 어떻게 그렇게 사셨나요? 지금의 저에 대비해서 쉽지 않았던 아버지의 사회생활들과 집안 환경은 과연 저라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도 들고, 몸과 마음이 약한 저에겐 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며 존경심과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의 생각과 삶을 더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로 이번 아버지의 자서전은 아들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고 아들로서 그리고 독자로써 기대됩니다. 아버지 늘 감사하고 하시는 모든 일을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아들 올림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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