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미용실에 갔습니다.
예쁘게 보이려고 머리카락을 지지고 볶고, 염색하면서 난리 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이제는 목표가 소중한 머리카락 더 상하지 않게 영양 주는 것과 흰머리 염색하는 게 전부예요. 그마저도 두피에 스트레스를 줄까 봐 자제하려고 합니다.
한번 단골이면 끝까지 가는 편이라 원장님을 알게 된 지 10년을 훌쩍 넘었어요.
나이대도 비슷하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족문제, 육아, 직업 스트레스를 나눴습니다.
미용실의 흥망성세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한때 여직원들이 계속 바뀔 때가 있었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근태문제, '싸가지'라는 단어 등등이 터져 나오며 한숨을 푹푹 쉬더라고요. 자영업은 역시 쉽지 않구나, 공감했더랬죠.
지금은 속 터지느니 혼자 하고 만다며 본의 아니게 1인 미용실이 됐어요.
원장님은 악바리 근성으로 어렵지만 코로나까지 잘 버텨냈고, 이젠 안정기에 접어들었답니다.
"부러워요, 기술하나로 먹고 사는 거."
원장님에게 체력만 받쳐준다면 계속할 수 있지 않느냐, 좋은 대학들 나오면 뭘 하냐, 4,50대만 되면 갈 데가 없더라, 고 푸념했죠.
그랬더니 미용실 손님들 다섯 중 서너 명은 그런 소릴 한다고 놀라더라고요. 젊을 땐 미용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도 했어요.
요즘 50대들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세시대, 부모님이 아프면서 오래 사시니 부양할 기간이 늘었고, 자식들은 취업이 힘드니 오래 붙어삽니다.
그런 판에 정년보장해 주는 시대도 아니니
일찍 회사 나오면 갈 데가 없어요.
그러니 우후죽순 편의점, 치킨집, 카페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 망하게 됩니다.
대학 졸업장에만 목을 매는 기존 문법으론 답이 안 보이네요. 오늘도 세상은 휙휙 눈 돌아가도록 빠르게 변하는 중입니다.
대기업, 중소기업이든 회사 나오면 할 일 없는 중년들은 생각하죠. 차라리 지게차운전, 전기, 배관 등 기술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물론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기술을 배우진 않을 것 같네요.
큰 회사 다니면 주위에서 인정해 줘. 은행대출 잘돼, 회사복지 좋지, '개꿀'이잖아요.
남일이니까 쉬워 보이지 기술 하나로 혼자 버티는 게 훨씬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회사 다닐 때 지게차 운전을 미리 배워두면 되지 않을까요?
당신처럼 게으르고 비실비실한 여자가 무슨,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고 하겠지만 예를 든 거잖아요. 예를.
좋은 생각 아닙니까. 평일에는 만원 지하철 시달리면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운전 배우고.
워라밸이 대체 뭐란 말이냐, 소리치면서 말이죠.
그래서 당신은 뭘 준비했냐고 묻진 마세요.
제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이 글을 쓰지 않겠죠. 커튼 뒤에서 혼자 음흉한 미소나 짓고 있겠지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라고 이 글을 쓰는 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현실을 몸으로 겪는 중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식은 의사, 변호사지 하면서 더욱 좁아진 구멍으로 다 같이 '숨참고 dive'하는 현실이 존재하고요.
달리 보면 무엇이라도 자기 기술이 있고 큰 욕심부리지 않으면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단 얘기 아닐까요.
미용실 원장님이 느꼈듯이 직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
더 이상 한 가지 직업만 갖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좋은 노하우 갖고 계신 분 있으시면 좀 공유합시다. 더불어 사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 아닙니까.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으면 기술이 되어 언젠간 통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한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