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기가 아니라 살기 위해 운동이 중요한 나이가 됐습니다.
땀 흘리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어요. 유유상종이라고 친구들도 그런 상황, 서로 운동 좀 하라고 지적질만 했었죠.
그러던 제가 두 가지 이유로 열심히 걷고, 가끔은 달리기까지 하게 됐습니다.
첫째는 허리디스크라는 불청객을 만나게 된 것이죠.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고, 운동 싫어하면서 나이 들면 높은 확률로 만나게 됩니다.
병원 가서 물리치료, 도수 치료 등을 하면 낫긴 했어요. 하지만 그때뿐이고, 똑같은 일상을 살면 다시 재발하게 됩니다.
의사 선생님이 운동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환자의 경우 척추가 휘어져도 무리 없이 사는 경우를 봤다며 주변 근육이 받쳐줘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운동전문가나 마찬가지인 아버지는 80세 가까운 연세에도 헬스를 꾸준히 하셨어요.
그 덕에 폐렴이 걸려 위험하실 뻔했는데, 근육 덕에 무사히 퇴원하시게 됐다고 담당의가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근육입니다. 역시 근육이 재산입니다.
진짜 운동이 중요하네... 그런데 헬스장, 요가원 등 갇힌 공간에서 땀 흘리는 게 너무 싫은 겁니다.
몇 시까지 가야 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기도 귀찮고요. 몇 달짜리 회원권을 끊어봤지만 그럼 그렇지, 몇 번가고 말았어요.
유리몸으로 언제까지 살건가, 고민하다가
꼭 헬스장을 가야 근육을 키운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그럴 바에야 몸이 당기는 대로 그냥 움직이자, 그래서 무작정 집 앞 개천가를 걷기 시작했어요.
내가 원하는 시간에, 편한 옷을 입고, 몇 개 코스를 만들어 돌려가면서 걷기, 지루하지 않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힘이 솟기 때문에 이어폰은 필수입니다.
욕심부려서 많이 걸으면 다음날 다리가 아파서 적게 걷게 돼요. 욕심부리지 말자,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체감하죠.
사실 무적의 똥배를 보면 걷는 것만으론 운동량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밤에 잠도 잘 오고요.
운동하게 된 두 번째 이유가 사랑하는 가족이 돌아가신 후 많이 힘들었는데, 걸으면서 치유가 됐습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가로막지 않고, 음악과 함께 걸으면 부정적이고 소모적인 생각은 줄어듭니다.
몇 년간 걸은 힘을 모아 올해부터는 달리기도 시도해 봅니다. 숨찬 운동, 땀 흘리는 운동이 혈액순환은 물론 허리병 등 만병을 예방해 줍니다.
'운동시러족'이 운동예찬을 하고 있으니 지인들이 콧방귀 뀌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만.
노인이 되어서도 내 두 발로 자유롭게 걷기,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도 걷습니다. 고통은 잠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