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이 다가옵니다.
아니, 벌써 여름이 시작된 건가요.
더위에 취약한 전 뭘 입어야 좀 더 시원해지나 고민하며 미리부터 준비를 하죠.
선글라스, 양산이 잘 있나 확인하고 여름옷 체크를 합니다. 이때 참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는데요,
해마다 철마다 옷을 사는데 왜 입을 옷이 없을까요?
싼 옷만 사는 것도 아닌데, 겨울 내내 옷장 안에 처박혀있다 나오면 작년에 쌩쌩했던 그 옷 같지 않단 말입니다.
또 사야 하나 고민하다 올해 유독 못 입겠다 싶은 옷부터 골라냅니다.
아시죠? 옷에도 추억이 묻어있어 안 입을 걸 뻔히 알면서도 못 버리는 것들이 있어요.
거기에 해가 바뀔 때마다 추가되는 옷들이 쌓이면 옷장은 어떤 사이즈라도 터져나가고 맙니다.
반백 살쯤 되면 이것저것 산 것들이 구석구석에 쌓입니다. 이젠 사는 것보다 버리는 맛을 알아야 할 때죠.
이사할 때 버리느라 아주 혼이 난 경험이 있거든요.
화려하고 튀는 컬러의 옷은 입을 땐 즐거운데, 해가 바뀌면 또 꺼내 입기가 애매해지더라고요. 몇 년 묵히다 보면 옷장처박템으로 전락해 버리고요.
무난하고 좋은 천으로 만든 옷은 오래 입어지다 보니 예전엔 그런 옷들은 저렴이로 구매했지만 반대로 이젠
화려하고 튀는 옷을 저렴이로 구매하게 됐죠.
누가 봐도 새로 샀나 알아볼 만큼 번쩍이는 핸드백보다 무조건 가벼운 가방을 멥니다.
40대부터는 옷 신발, 가방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체감하게 돼요. 예전에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젠 '몇 그램'인지가 중요합니다.
노트북도 성능보다 몇 그램이냐부터 물어서 어디 뭐 고기 사러 왔냐는 소릴 듣죠.
나를 포장하기 위해 걸치는 무거운 물건들은 관절에 무리를 주고 몸살을 일으킬 뿐입니다.
막 굴려도 괜찮았던 육신의 변화를 체감하게 되면 이제부터라도 아껴 쓰고 싶어 질걸요?
겉보기에 너무 화려한 것에는 큰돈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것이 명품이든 아니든 금방 질리고, 유행은 돌도 돈다지만 디테일하게 변하니까요.
거꾸로 생각해 보면, 도전하고 싶은 스타일이 있을 때 과감하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많아집니다.
하고 후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어른들을 보면 여행 갈 시간과 돈이 있어도 몸이 아파 못 가시고, 당뇨니 뭐니 이상이 생겨서 먹고 싶은 음식도 맘대로 못 드시더라고요.
절제할 힘만 있다면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고, 입을 수 있을 때 입어봅니다.
남의 눈치나 보며 살기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릴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