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유혹하는 행위를 표현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구애하다, 꼬시다, 꼬리 치다 등등.
'까대기 치다'라는 말은 이성에게 구애하는 행위를 말하는 부산사투리쯤 됩니다.
어떤 여자가 여우짓을 하는 걸 볼 때 '저 봐라, 저저, 까대기 치는 거!"라고 활용하면 되겠습니다.
어투에서 느껴졌겠지만 약간 부정적 느낌,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할 때 그 느낌이 확 산다고 할 수 있겠죠.
알바 다니는 남편에게 까대기 치는 여자가 생겼습니다.
남편은 머리 쓰는 일만 했지 몸 쓰는 일은 처음인데, 오십이 넘으니 더 싱싱한 두뇌들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고 몸 쓰는 일이 금방 구해지냐면 그것도 아니죠. 그 계통에 단련된 사람부터 뽑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어찌어찌하여 이 더운 여름에 알바를 구한 남편은 한 달 동안 같은 곳으로 다니게 됐습니다.
말대답하기도 피곤할 것 같은 노동현장에서 들이대는 여자분이 생겼다는 말에 기가 차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는대요.
원빈도 매일 보면 그냥 아저씨일 터, 평범한 외모의 아저씨야 말해 뭣해. 남편이 꾸미고 간 것도 아니고 땀냄새 풀풀 날리는 상황에서도 이쁘게 봐주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결혼해서 오래 살면 남편 또한 어버이나 자식 같은 가족이 됩니다. 내 가족을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지, 이게 아니지, 어디서 남의 남자한테 까대기 치는 거야?! 가 맞겠죠?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흥미로웠습니다.
내 마음을 관찰하는 능력이 생긴 것도 드로잉 일기를 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간식 같이 먹을까, 삼겹살 사 먹으러 갈래, 여자분의 '까대기'는 점점 노골적이 되어갔습니다. 남편이 또라이 사이코 와이프랑 사는 걸 모르는 모양이죠.
"바람피울 거면 빨리 펴라, 그래야 나도 시집 한번 더 가지!"
라고 대꾸했죠. 달리 무슨 말을 하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힘내 파이팅! 할 순 없잖아요.
오늘은 그 여자분이 남편에게 어떤 까대기를 쳤는지 묻는 게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당신 세수는 왜 하고 가냐, 그 여자분에게 잘 보이고 싶냐 등등 대화거리가 생겼어요.
물이나 공기처럼 흔해서 소중한지 몰랐던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떤 여자분이길래 새벽에 끝나는 일을 하고, 평범한 아저씨에게 까대기를 치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세상은 넓고, 역시나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합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