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주말이면 가는 동네카페로 갑니다.
그동안 감기 때문에 한 달은 고생했던 터라 입맛도 없고 머리도 아프지만 일상은 지켜져야 하니까요.
겨울 성북천을 따라 카페로 가는 길, 그 과정 자체가 이미 기록의 시작이고, 카페의 시작입니다.
그러니 차가 함부로 들이닥치고, 사람이 많거나 칙칙한 길은 사양이에요. 가족들은 이런 내가 유별나다고 하지만 촘촘한 투망으로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건져 올리려는 나름의 노력이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바람 속에 머리를 풀어헤친 버드나무의 흔들거림, 아직도 그늘에 웅크리고 있는 눈의 흔적, 물장구치는 오리 가족 등 평온한 일상의 풍경을 보면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드디어 단골카페에 도착하면 예쁜 주인의 미소가 반겨주고, 인사를 건네려다 우물쭈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아요.
E 같은 I 성향이라 의외로 낯선 사람에게 입도 벙긋 못하는 답답함이란.
늘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포크로 힘주어 잘라먹으면 맛있는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를 주문하고.
책, 필통, 노트 등을 하나씩 꺼내 배치하면 나만의 책상 완성이죠.
같은 시간에 오시는지 올 때마다 뵙는 신문 읽는 어르신에게 마음속 인사를 건넵니다. 평일 오후에는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엄마들 수다로 들썩이지만 주말 이른 낮에는 조용해요. 대학교 시험 기간이면 노트북을 두드리는 학생들로 가득해지고.
주말이라 데이트하러 온 연인들이 빛나는 웃음을 흘리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여행계획을 세우느라 신이 난 것 같아요.
시간대, 시기별로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카페의 풍경이 완성됩니다. 카페의 신박한 메뉴, 요란한 인테리어만이 중요한 요소가 아닌 거죠.
혼카페를 좋아하기 때문에 SNS에서 소문난 곳은 되려 피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선호합니다.
커피 향을 맡으며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혼자 걷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 작고 귀여운 강아지부터 대형견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가족이 아프거나 골치 아픈 행사들로 일상이 자주 흔들리기에 평범해서 오히려 소중한 순간입니다.
아무 일 없는 보통의 하루가 빛나는 이유입니다.